[수필/소설]

꽁트 ‘노벨평화상’ 탄원서?

2018.10.05 08:30

ohmily 조회 수: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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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25

 

‘노벨평화상’ 탄원서? 

 

-만일 우리가 과거와 현재 사이에 싸움을 일으킨다면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다. <처칠>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로텍스호텔 한식당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자리가 제법 시끄러워 힐끗 돌아보니 골프장에서 막 돌아온 차림의 중년사내 서넛이 문재인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화제 삼고 있었다.              
 A : 김정은이가 정말 서울을 방문할 수 있을까? 보통 시끄럽지 않을 텐데....
 B : 말하는 거 보니까 오겠던데, 표정이 여유만만 하잖아.
 C : 맞아요, 김정은이가 한국의 보수층을 몰라서 그런 대답을 했겠어요? 자기가 서울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 아니겠어요?
 D : 쳇, 내 생각에는 안 와, 아니 못 와, 괜히 통 큰 모습 보이느라고 거들먹거리지만 겁나서 못 온다고. 김정은이가 정말 온다고 하면 보수층이 결사반대 할 거고, 그 걸 문제 삼아 방문을 취소할 거라니까, 분명해, 그냥 폼만 잡는 거지.
 그들은 중구난방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긍정파와 관망파로 바로 편이 두 개로 갈라졌다. 
 “아니야, 올 거 같아. 김정은이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그거야 말로 전 세계의 톱뉴스가 될 텐데 그 기회를 놓치겠어, 보수층의 반대가 크면 클수록 김정은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거야.”
 “그래요, 데모는 조금 시끄러울 뿐 김정은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잖아요. 겁은 나겠지만 하루쯤 서울방문을 마치고 젊잖게 돌아가면 김정은이의 위상은 하늘 찌르게 높아지는데 왜 안 오겠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는 북한주민들 전체가 열렬히 반기고 환영했는데, 김정은의 서울방문은 대모대의 욕설과 비난으로 얼룩진 모습이 전파를 타면 세계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그것도 걱정이야, 김정은이는 올라가고 한국은 손가락질이나 받을탠데.”
 “쳇, 무슨 소리야, 북한은 독재국가라 주민들이 꼭두각시노릇 하는 거고, 한국은 민주국가여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하는 건데 그거 모르겠어? 아무리 천연덕스레 위장해도 김정은이는 자기 형과 고모부를 죽인 살인자야, 언제 돌변해서 핵을 날릴지 모르는 부랑자라고.”
 “맞아요, 정말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 거창한 핵 문제가 아니라 가장 손쉬운 이산가족 상봉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이산 일 세대는 이제 서로 만날 시간도 얼마 없어요,”
 “쳇, 나는 그놈의 이산가족상봉 소리만 나오면 울화가 치밀어, 아니, 이산은 뭐 남한만 이산이고 저희들은 삼산이라는 말이야? 똑같은 이산가족 아니야? 그걸 무슨 선심이나 쓰듯 백 명만 하자, 오십 명만 하자, 흥정을 하는 거야, 머야. 썩을 놈들 같으니라고.”
 
 들어보니 두 사람 관망파는 한 두 마디 끼어들었다가 슬며시 발을 빼고 ‘맞아요’ 와 ‘쳇’이 적극적으로 주고받으며 열을 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식당 벽에 걸린 TV스크린에 남북정상 내외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방영되자 ‘맞아요’가 화제를 돌렸다.            
 “저 이설주 보통이 아니던데요, 그 왜 백두산에서 천지연 물을 병에 담느라 몸을 숙인 김경숙여사 옷자락을 들어주는 거 봤지요? 마치 큰 시누이 받들어 모시듯 세심하게 신경을 쓰잖아요. 미모에 교양과 품위까지 갖춰서 호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제법 있더라고요, 제 집사람은 그 장면을 보다가, 이설주가 더 낫네, 그러더라니까요.”
 “쳇, 그거 다 쑈야, 쑈! 단순한 우리국민 홀리는 거라니까, 자네 부인도 당장 넘어갔잖아.”  
 “맞아요,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제 집사람이 넘어간 거 맞네요, 하하.”
 그러자 모처럼 관망파가 두 사람의 비판론을 제지하며 한 마디 했다.
 “에이, 그렇게 보지들 말아, 김정은이를 의심하는 건 이해되지만, 이설주의 그 김경숙여사 옷자락 잡아준 일이라거나 연장자에게 대하는 공손한 모습은 의심의 눈초리를 던질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 것까지 쇼로 본다면 세상에 의심하지 않을 게 뭐가 있어. 좋게 보라고.”
 “쳇, 좋게 보긴, 그래서 이제껏 속아온 것도 모르나?”
 ‘쳇’의 여전한 비판에 ‘맞아요’가 이번에는 맞아요-를 생략한 체 화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올 해 노벨평화상후보 일 순위가 김정은과 문재인이고 그 다음이 트럼프라던데 정말 그렇게 될까요? 김정은이가 자기 약속대로 핵 폐기를 실행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남북교류에 적극 임한다면 노벨상을 받아도 마땅하기는 한데, 김 형 말처럼 자기 친족을 죽인 패륜아에게 노벨상위원회가 평화상을 수여할까요?”
 “그거 정말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야, 다른 상도 아니고 명색이 평화상인데 친족의 평화는 잔인하게 깬 사람에게 세계평화에 기여했다고 상을 줄 수 있을까? 쉽지 않겠는데, 지난 이천년 도에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상 받을 때도 김정일이는 못 받았잖아?”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이천년도 김대중 방문 때는 일방적으로 퍼주면서 남측에서 평화공세를 폈고 김정일이는 수동적으로 이익만 챙겼으니까 상 받을 입장은 아니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은이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회담을 이끌어 갔잖아, 문 대통령과의 평양시내 카퍼레이드며, 남한 대통령 최초로 북한주민들 앞에서 직접 육성연설을 하게 한 거며, 백두산까지 끌고 올라가 손을 맞잡아 올린 거 모두 김정은이가 기획한 이벤트잖아?” 
 온순한 관망파가 김정은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당연한 귀결로 몰아가자 ‘쳇’은 심사가 꼬였는지 입을 비죽거리며 한 마디 했다.  
 “쳇, 상전벽해라더니 뭔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야. 풍전등화 같던 김정은이는 오히려 능력 있는 지도자로 부상하고 문재인과 트럼프는 들러리 노릇이나 하고... 그런데 말이야, 만일 노벨상위원회가 김정은과 문재인에게만 평화상을 주고 트럼프를 뺀다면 난리가 날걸, 코뿔소 같은 트럼프가 평화고 핵 폐기고 다 집어치우라고 소리칠 거야.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노벨상위원회를 해체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고도 남을 위인이잖아. 아, 그러면 정말 재미나겠다!”
 “참, 사람 상상도 별나게 하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렵사리 마련된 평화분위기에 그렇게 초 칠 일이 뭐가 있어? 개과천선이라는 말도 있잖아. 개막나니도 효도할 때 있다는데, 아무려나 김정은이 선한 마음 생겼을 때 슬슬 구슬러서 얼른 통일해버리면 좋은 일 아니야?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갈등은 남북 분단에서 비롯하니까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 아니겠냐고, 통일 후에 지지고 볶더라도 말이야.”
 “맞아요, 아무려면 통일이 분단보다 나쁠까요?”
 “쳇, 그러려면 트럼프에게도 노벨평화상 줘야할 텐데?”
 “그래, 트럼프도 받으라지 뭐.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노벨상위원회에 주려면 세 사람 다 주라고 탄원서를 올릴까? 어때?”
 관망파의 그 말에 그제야 모두 껄껄 웃으며 논쟁을 마쳤다. 싱거운 결말이었지만, 허나 그렇게라도 통일이 된다면야 나도 그 탄원서에 서명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금의 남북 현실에서 처칠의 말처럼 과거와 현재가 부딪히지 않고 평화가 오면, 과연 정말 우리에게 지금껏 향유해온 자유민주주의의 미래가 있을까, 또 한편의 의문도 숨길 수가 없었다. *

 

이용우
소설가. LA거주 작가

1951년 충북 제천 출생. 
미주 한국일보 소설 입상
미주 한국문인협회 이사
미주 한국소설가협회 회장 역임.
자영업 / LA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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