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 “엘 콘도르 파사”

2018.11.02 13:59

ohmily 조회 수: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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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27

 

“엘 콘도르 파사”

 

존은 며칠 전 빅토리아 집사를 만난 이후 머리가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빅토리아 집사가 들려 준 얘기를 믿어야 할지, 아니면 초기 치매증상이 있는 분의 선소리로 치부하고 잊어야 할지 확신이 서질 않아 더욱 그랬다. 돌이켜 보니, 빅토리아 집사는 평소 공상과학소설 읽기를 좋아 했다.
지난 주말, 타주 출장 후 밀린 업무처리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오후를 보내고 있던 존에게 빅토리아 집사로 부터 퇴근 후에 잠시 너싱홈으로 들러 줄 수 없냐는 전화가 걸려 왔다. 존은 골치 아픈 출장업무 뒤끝이라 주말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푹 쉬고 싶었으나 빅토리아 집사와의 특별한 인연을 생각하면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삼십 년 전 존이 멕시코에서 갓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로 무작정 밀입국하여 오갈 데가 없어 혹시 도움이라도 받을 수가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찾아 들어 간 곳이 멕시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멕시칸커뮤니티교회였었다. 그 때 마침 교회에 남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빅토리아 집사를 만났던 것은 존에게는 그야말로 인생의 은인을 만난 행운이었다.


빅토리아 집사의 외모는 독특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존이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 E.T의 주인공 E.T와 흡사했다. 존이 빅토리아 집사를 본 순간 하마터면 처한 상황을 망각하고 웃음을 터트릴 뻔 했으나 가까스로 입술을 깨물며 참을 수 있었다. 지금도 존은 그 때를 생각하면 웃음보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다행히 존이 깨물었던 입술에 피가 묻어 나온 덕분에 빅토리아 집사의 모성애를 한껏 유발하여 아낌없는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 당시 빅토리아 집사는 오십대 중반이었으나 독신이었다. 평생 홀로 살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입양하여 키우고 있었다. 빅토리아 집사는 사랑이 넘쳤으며 헌신적인 여자였다. 존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빅토리아 집사는 후원자가 되어 줄 것을 자청하였으며, 존이 미국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마음을 써 주었다. 무엇보다 존이 평생토록 감사할 일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존과 같이 밀입국한 또래 일행들은 공사현장으로 식당 등으로 막일을 하러 나가 학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였고, 삼십년이 지난 현재의 삶은 비교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만족의 문제는 별개의 영역이지만 말이다.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온 존은 열기에 깜짝 놀랐다. 남미 출신이며 뜨거운 텍사스 여름 날씨에 익숙해진 터라 지금까지 그렇게 날씨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 왔는데 최근에 빈발하는 폭염은 심각할 정도였다. 연일 뉴스는 사상 최고의 더위임을 경고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그 주범으로 주목하고 있었으며 이를 증명하듯 복잡한 수치를 그 증거 자료로 제시하곤 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럴 때마다 존은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시쳇말로 과학자들은 힘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아무런 결정권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원자폭탄의 위험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개발을 중단하거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지구의 온난화를 막을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며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 정면 하늘에 텍사스 이글이 큰 날개를 활짝 펴고 보란듯이 뜨거운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존, 와 줬구나”


존이 너싱홈 출입문을 열고 들어 서자 빅토리아 집사는 무척 반겨 주었다. 그만큼 외로움이 컸겠지. 존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


 “응, 그만 그만 해. 여기 저기가 좀 아프긴 해도”


 “그런데 무슨 할 말이라도...”


존은 몹시 지쳤는지 자신도 모르게 재촉하듯 빅토리아 집사에게 물었다.


 다음은 존이 빅토리아 집사로 부터 들은 얘기의 줄거리다.

 

지금부터 6천5백 만 년 전, 지구에서 1억 광 년 떨어진 칙술루브 행성에서 출발한 거대한 우주여행선이 지구 대기권을 진입하다 엔진고장을 일으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추락하여, 타고 있던 칙술루브 외계인들 대다수가 희생되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일단의 무리들은 지구에 정착하여 살기 시작하였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누렸던 칙술루브 외계인들은 이내 초기 미개상태였던 지구인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으며 지구 도처로 흩어져 문명을 일으켰다. 그들의 후예들은 소수 지배그룹을 형성하여 모든 분야에 깊이 뿌리내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칙술루브인들은 근본적으로 지구인과 DNA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칙술루브인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그들의 뚜렷한 외형적인 특징은 흡사 E.T와 같은 외모를 가졌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아인슈타인을 생각해 보시라. 더욱 놀라운 사실은 칙술루브인의 최종적인 목표는, 지구착취를 통하여 얻은 각종 정보 및 재화를 칙술루브 행성으로 이송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D-DAY가 되면 모든 칙술루브인들은 지구 도처에 마련된 우주기지에서 우주선을 타고 칙술루브 행성으로 탈출한다는 비밀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날은 곧 지구의 멸망일이 될 것이다. 암호 화폐? 이는 칙술루브인들이 지금껏 모은 자본을 칙술루브 행성으로 이전하기 위한 고도의 금융기법이며, 최근에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주개발은 칙술루브인들이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위장전술이라는 것이다....

 

긴 얘기를 마치고 잠시 가쁜 호흡을 고른 빅토리아 집사는 너무나 뜻밖의 일로 정신이 나간 존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넌지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존, 너는 내 아들과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너무 나이가 들어 지구탈출의 대열에 합류할 수 없을 것 같구나. 다행인 것은 나의 티켓을 단 한 사람의 지구인에게 양도할 수 있단다. 나는 존, 너에게 주기로 결심했다.”


 “........”


충격으로 멍해진 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존, 너를 이해한다. 얼마나 놀랬겠니. 아직 시간은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거라. 그러나 너무 늦지는 말거라. 나도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멍한 정신으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너싱홈을 나선 존의 눈에 뜨거운 한 낮의 텍사스 여름 햇살이 쏟아져 들어 왔다. 우연인지 주차장에서 본 듯한 텍사스 이글이 큰 날개를 활짝 펴고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문득 빅토리아 집사가 한 말이 귓가를 스쳐갔다. 칙술루브 외계인을 태운 우주여행선이 지구에 추락할 때 이를 목격한 원시 지구인들이 한 손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엘 콘도르 파사”라고 외쳤다고 한다.  *

 

김   희   중
오클라호마 거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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