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 하와이의 무사들

2018.11.16 11:50

ohmily 조회 수: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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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28

 

하와이에서 생긴 일 (8)

하와이의 무사들

 

훌라춤을 추는 여인들의 몸짓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팔을 흔들어 큰 파도를 만들고 손을 흔들어 작은 파도를 만들었다. 그들은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구부리거나 펴고, 무릎을 폈다 오그렸다 하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훌라춤은 원시의 몸짓으로 예술적이라기보다 전신운동으로도 훌륭해보였다.

 

“함께 추실래요?”노래를 부르던 여자가 벽에 걸려있는 풀잎 치마를 내려 내 허리에 둘러 주었다. 레이가 손뼉을 치며 허리를 흔들며 내게 왔다. 레이와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훌라춤에 빠져들었다. 허리를 흔들면 저절로 풀치마가 물결 쳐서 훌라춤이 되었다. 훌라춤은 보통 서양 춤처럼 남녀가 호흡을 맟춰 추는 게 아니라 여자는 여자 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같은 동작을 함께 하는 게 특이했다. 훌라춤은 왕의 생일, 왕자나 공주 탄생, 전쟁에서의 승리, 기우제 같은 국가적인 행사는 물론 추수, 사냥, 고기잡이, 뱃길의 무사귀환 등 일상생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의식이었다.

 

훌라춤은 노래와 떨어질 수 없다. 하와이 말로 지어진 노래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짐작컨대, ‘알로하 오에(그대여 안녕)’ 같이 슬픔, 기쁨, 환희를 표현 하는 것 같다. 악사들의 악기는 단순했다. 기타, 베이스, 우클레라 그리고 바가지처럼 생긴 타악기가 전부였다. 노래도 가락도 연주도 출렁이는 파도가 연상되었다. 예술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들이 속한 환경이 예술에 묻어나기 마련인가 보다. ‘나’의 출현으로 훌라 교실의 열기는 더해갔다. 내 생각이지만 이질적인 것은 시선을 받기마련이니까.

 

다음 교실에서는 남자들이 검도 비슷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 교실의 남자들은 벌거벗은 채 지금 일본 씨름꾼들이 착용하는 ‘훈도시’로 앞만 가리고 훈령에 맞추어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발을 쾅쾅 구르며 의분을 토했다. 이들은 옛날 하와이 왕국을 지키던 무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온 몸이 문신으로 덮힌 남자들, 그런데 근원의 힘을 잃어버린 거세된 남자들처럼 보였다.

 

“뭐라고 하는 거예요?” / “추격하라! 잡아라! 죽여라!”  
 

“누구를요?.” / “Wild Pig” 

 

저 우람한 남자들이 멧돼를 잡기위해 기를 쓴다는 것인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뭔가 음모를 꾸미고 힘을 기르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들은 미국 하와이 주의 시민이다. 이들은 반란을 하려는가. 이들의 반란은 무엇을 뜻하는가.

 

“하와이의 역사를 아세요?” 


레이가 갑자기 엄격한 역사 선생님처럼 말 했다.


“하와이의 역사요? 하와이는 1778년 영국 제임스 쿡 선장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과, 카메하메하 대왕이 하와이 제도를 1810년에 완전 통일했고 왕국 존속 후 1959년에 미국의 제50번째 주로 편입 되었다는 것은 알죠.”

“하와이의 역사가 그렇게 짦고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나요? 이리 오세요.”

 

나는 레이의 손에 이끌려 영상실로 들어갔다. 이크, 잘 못 걸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할 때 언제나 기록 영화를 먼저 보고 예비지식을 갖고 전시실로 들어가는 이런 강제 교육이 난 딱 질색인 사람이다. 선입견을 갖고 작품이나 사물을 봐야한다는 부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레이의 따듯한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나는 레이의 이 손길을 뿌리칠 수 없다. 다큐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지구 표면의 1/3을 차지한다는 태평양을, 거대한 카누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폴리네시아인들의 힘찬 항해부터 시작 되었다. 이들 폴리네시안들은 BC 1000 년경 아시아 대륙을 떠나 필리핀 뉴기니아 솔로몬 제도 일대에 정착했고 AD 500년 경에는 피지, 통가, 사모아 일대에 진출했으며, 이들의 일부의 폴리네시안들이 AD 800년 경 하와이에 정착했다. 유럽의 대 항해 시대가 시작 될 무렵 폴리네시아인들은 서쪽으로는 인도양을 거쳐 마다가스카르 섬으로, 동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 가까이 있는 이스터 섬까지 진출했다. 대항해 시대란 15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 폴투갈, 스페인, 이테리, 영국 등 유럽 각국이 황금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한 시기를 말한다. 그 첫 번이 컬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었다. 

 

폴리네시안 사회는 대부분 부족 사회 같은 구조였고 부족의 우두머리는 신으로 받들어지기도 했다. 그들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며 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이루어냈다. 이들은 수천 년 전에 태평양의 여러 섬에 자리 잡았지만, 일단 정착하고 나서는 본국과 연락이 끊어져 더 이상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여 년 전 유럽인들이 태평양을 탐험한 후 처음으로 폴리네시안들을 발견하였을 때, 이들은 여전히 석기시대와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거대한 카누를 타고 바다를 항해 했다’는 일화를 갖고 있지만, 사실 관계는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문자의 기록 없이 이야기로 구전되는 동안 상당 부분이 보태지거나 빠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폴리네시안이 타이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했으나, 최근 연구 발표는 6천 년 전 지금의 뉴기니아 가까운 섬에 이미 자리 잡고 살던 아시아 대륙 이주민들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하와이의 역사는 젊은 카메하메하가 커다란 바위를 들어 올리는 장면부터 시작 되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들어올 수 없는 커다란 바위, 이 바위를 들어 올리는 자가 장차 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예언을 실현하면서 카메하메하는 부족의 지도자로 떠오른다. 또 다른 장면은 카메하메하가 부족의 추장이던 할아버지 칼라니오프의 명령으로 제임스 쿡 선장을 만나고, 선장으로부터 붉은 망토를 선물 받는다. 그 후 그는 캡틴 쿡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많은 과학 기술을 배웠다. *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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