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정숙 수필 작은 것들의 소중함

2018.11.30 10:10

ohmily 조회 수: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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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작은 것들의 소중함

 

아침 출근길, 조시레인을 거쳐서 포레스트길을 들어선다. ‘아유~~ 세상에! 어찌 이리 고울까?’ 길가의 레드옼트리와 돌배 나뭇잎들이 선명하게 붉은 단풍잎색이다. 은행잎처럼 황금빛으로 환한 잎은 무슨 나무일까? 다양한 톤의 가을 잎들이 에버그린 잎들과 어울려 어찌나 곱던지 우울해서 꼭 다물었던 입이 저절로 열렸다. 도로가에서 하늘까지 가득한 가을. 계속 이어지는 힐크레스트 길은 갈색 톤이 섞여 붉고 노란 파스텔 톤이 환상적이다. 퇴근길의 미드웨이 단풍길 또한 한국의 가을 맛이다. 아차! 감상에 빠져 늘 조수석에 앉으면서도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집 안팎도 온통 가을로 덮였다. 짧은 달라스의 가을. 크고 작은 가을잎 몇 개를 주워 들고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무수한 잎맥들. 요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길을 통해 잎을 키우고 열매를 맺고 한해 마무리 준비하면서도 기쁨을 주고 깨닫게 하는 나무와 풀들. 

 

작은 것의 귀함이 어찌 자연에만 있을까 오래 전 한국의 KTX 선로 이탈 사고는 아주 작은 나사 하나를 끼우지 않은 작은 실수였다고 한다.(2011년 2월) 또한 어떤 목사님은 강단에 새로 설치한 마이크의 잡음 때문에 몇 주를 전전긍긍 하셨는데 기술자가 와서 살짝 풀려있는 작은 나사하나를 꼭 조이고 나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했다.

 

연전에 한국 갔을 때 새로 맞춰 온 안경의 다리부분 나사가 풀려서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 작은 나사를 못 찾고 미국안경점에서 대충 맞는 것으로 끼어 주었는데 이것이 또 빠져서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한국마켓의 00안경점에 가서 부탁드렸다. ‘메이드인 코리아’라서 부속이 없다고 하시면서도 한참을 찾아서 끼워 주셨다. 조심해서 쓰라는 당부를 하셨는데 어쩌다가 또 빠져버렸기에 부끄럽지만 다시 찾아가서 부탁드렸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고 작은 부속, 돈도 안 되는 걸 몇 번이나 신경 써서 고쳐주시는 안경점 사장님이 고마웠다. 한국의 안경점에 안경다리를 주문하면 부속 나사가 같이 올 테니 주문하라고 하신다. 이대로 두면 또 빠지거나 이젠 안경다리가 부서져서 못 쓸 것 같다는 말씀에 친정언니께  안경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다리와 나사를 주문해 달라고 했더니 본사에서 다리는 안 된다며 나사만 도착했다. 0.5밀리미터의 볼트와 너트! 다시 또 한국마켓 00안경점 사장님께 염치불구 부탁드렸다. 여전히 싫다 안하시는 사장님. 그 분께는 돈도 안 되는 작고 귀찮은 일인데 나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사용자의 큰 불편을 헤아리시고 몇 번을 마다않을뿐더러 얼굴 찌푸리는 일도 없이, 귀찮은 내색 없이 해주시는 그 분을 통해 진정한 장인 정신을 배웠다.

       

태평양을 건너온 아주 작은 안경부속, 번번이 부탁하는 작고 귀찮은 일을  배려해주신 사장님 손길로 튼튼해진 안경다리! 떨어질 때마다 깨어지지 않은 안경도 감사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성이 모아진 안경 덕에 편안한 마음으로 Meadows Museum에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를 갔다. <Dali: Poetics of The Small>1929-1936년의 소형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핸드폰의 반 만 한 아주 작은 그림도 있었다. 전문가들 이야기가 많겠지만, 일차 세계대전 후 혼란한 유럽에서 재료 구입이 어려운 가난한 미술가가 선택한 방법이 미니어쳐의 그림들이 아닐는지, 동행했던 아마츄어 네 사람은 나름대로 해석을 주고받았다. 현실과 초현실주의가 결합된 달리의 예술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며 우리끼리 해석하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흠뻑 빠져 있었다. 이 그림들은 피카소의 그림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 바람에 두 번째 전시실의 Dali의 “Aliyah : 달리가 그린 유대인 역사의 순간” 그림들은 대충 보고 나와야만 해서 아쉬웠다.  

 

성경에도 작은 것들의 귀함 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름 없는 가난한 소년의 점심인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배부르게 먹고도 12광주리가 남은 이야기.


땅에 힘이 없는 종류로되 작고도 가장 지혜로운 것 넷 중에 먹을 것을 여름에 예비하는 개미이야기. 적국 니느웨성이 멸망하기를 바라며 산에 올라가 기다리던 요나가 그늘을 만들어 주던 박 넝쿨을 갉아먹은 벌레로 인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 등 작은 것의 귀함은 이 땅의 작은 것 들 만큼이나 많다. 작은 것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하루를 감사로 접는다.  *

 

“저희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 어린 아이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또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곧 나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라 
너희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그이가 큰 자니라”  
(누가복음 9:48)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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