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수자 수필 캡틴 쿡의 최후

2019.01.04 10:16

ohmily 조회 수: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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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쿡의 최후

 

하와이 군도를 발견한 캡틴 쿡(James Cook, 1728-1779)은 영국의 탐험가, 항해사, 지도 제작자이다. 그는 평민에서 영국 해군의 대령에 올랐으며, 태평양을 세 번 항해하고 항해 일지를 남겼다. 그는 태평양을 남쪽 끝에서부터 북쪽 끝까지 탐험하여 영국의 식민지 개척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제임스 쿡은 소위 대 항해 시대의 끝을 장식한 인물로, 하와이를 비롯한 태평양의 거의 모든 지역을 유럽인에게 알렸다. 이후 탐험과 모험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 된다.

 

하와이에서 캡틴 쿡의 죽음은 조금은 어이가 없다. 쿡의 두 번 째 하와이 방문에서 원주민 하나가 캡틴 쿡의 배에 몰래 숨어들어 무엇인가 물건을 훔치다가 들켰다. 캡틴 쿡은 일벌백계하는 의미에서 원주민 도둑을 잡아 묶고 가죽 채찍으로 등에 피가 나도록 때렸다. 이를 본 하와이 원주민들이 분개하였다. 하얀 피부의 이방인이 원주민을 개돼지 취급을 하다니... 하와이 원주민들은 흥분하여 캡틴 쿡의 배에 뛰어올라 선원들을 포로로 잡고 캡틴 쿡을 사로잡았다. 그리고는 달려들어 캡틴 쿡을 칼로 난도질을 해서 죽였다. 비참한 최후였다. 그의 시신 중 불과 몇 파운드의 살점만이 영국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카메하메하는 제임스 쿡으로부터 신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그의 죽음에 신중하였다. 카메하메하는 캡틴 쿡의 시신을 거두어 하와이식으로 장례를 후하게 치러주었다. 하와이 섬을 세계에 알리고, 하와이에 서양 문물을 전파한 영국의 위대한 해군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은 비운이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쿡 선장의 사후 카메하메하는 포로로 잡은 선원들을 군사 고문으로 추대하고 융숭한 대접을 했다. 카메하메하는 그들의 도움으로 총과 화약 같은 최신 무기를 구입하고 그 사용법을 배워 하와이 정벌에 나섰다.  8 개의 큰 섬과 100 여개의 작은 섬으로 되어있는 하와이는 섬 마다 각기 다른 추장이 다스리고 있었다. 카메하메하가 일으킨 하와이 섬들 간의 전쟁은 동족상잔의 살육 전쟁이었다. 10여 년간 전쟁 끝에 드디어 카메하메하가 승리하였다. 1910년 그는 하와이 섬을 완전 통일시켜 하와이 통일 왕국을 이룩하고 제 1대 카메하메하 왕이 되었다.

 

45 분 동안 이어진 폴리네시안의 정착에 대한 기록물을 보면서 나는 세계사 시간에도 배운 적이 없는 하와이 왕국 다큐에 푹 빠져버렸다. 얼마나 열심히 보았던지 레이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놓고 슬며시 빠져나간 사실도 몰랐다. 나는 특히 캡틴 쿡이 항해 중 선원들에게 감귤류와 사워크라우트 먹였다는 일화에 눈이 번쩍 띄었다. 캡틴 쿡은 오랜 항해 생활에 영양 결핍으로 걸리는 괴혈병과 각종 풍토병에 노출되어 있는 선원들의 건강을 위해 사워크라우트를 권했으나, 그들은 새로운 식단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이에 캡틴 쿡은 어떻게 하면 선원들에게 이 음식을 먹일까 궁리하다가 사워크라우트를 간부들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상관들이 사워크라우트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선원들은 자신들에게도 나눠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감귤류와 사와크라우트를 먹기 시작하면서 선원들 중 괴혈병에 걸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쿡은 일지에 적었다. 사워크라우트(Sauerkraut)는 양배추 절임으로 일종의 발효음식이다. 독일 식당에 가서 소시지를 시켜 먹을 때 반드시 나오는 음식이다. 맛은 시고 짜다. 소위 독일 김치라고 하는데, 그 맛은 한국 김치 반도 못 따라 간다. 선원들에게 발효식품을 먹게 했다는 쿡 선장의 혜안이 놀라웠다. 나는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있는 ‘우리 된장’을 슬며시 만져보았다.

 

카메하메하왕의 활약상을 더 보고 싶었는데 레이가 언제 왔는지 “가요”하면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 나는 레이를 위해 뭐든 하고 싶다. 나는 레이와 밥을 같이 먹고, 레이와 함께 자고, 레이와 함께 배를 타고, 레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금반지도 사주고, 흑산호도 사 주고, 바닷가에 집도 사주고, 예쁜 가방도 사주고, 구두도 사 주고... 뭐 든 레이를 위해 다 해 주고 싶다. 

 

내가 왜 이러지? 완전 유치하잖아. 내 친구가 여친에 반해 양복 새로 사 입고 넥타이 야한 것 매고, 꽃을 사들고 다니는 것보고 얼마나 비웃었던가. 뭐야? 사랑에 미친 거야? 사랑하면 하는 거지 사랑을 구걸 해? 구걸하다 못해 아부 해? 그 친구에게 바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 그런 게 아니었구나. 뭐든 주고 싶고, 뭐든 잘 해주고 싶고, 뭐든 복종하고 싶고, 늘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이게 뭘까. 그런데 나는 레이에게 잘 보이기는커녕 매번 실수하고 술 취하고 맨날 넘어지는 꼴이나 보이고 있지 않은지, 부끄러운 이 마음은 무엇일까. 사랑은 발효식품처럼 오래 익는 거라던데 난 레이를 단 3일 만나고 있지 않나.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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