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남부여행 2 (컨트리 음악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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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음악의 본 고장 내슈빌은 언젠가 부터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도시 였다. 우리나라 트로트처럼 장년층과 컨트리 피플들의 다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컨트리 음악은 촌스럽다고는 하나 미국 음악의 한 분수령을 이루는 중요한 장르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또한 내슈빌은 돌리 파튼이나 가스 브룩, 윌리 넬슨을 비롯한 시골동네에서 기타 께나 치고 노래 좀 부른다는 가수들이 다 모이는 곳이니, 컨트리 음악을 라이브로 실컷 들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더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선 두 시간에 한 번씩 내슈빌 다운타운으로 가는 공짜 셔틀버스가 있었다. 몇 군데 호텔을 돌면서 관광객들을 모아 다운타운에 내려주고 한 시간 간격으로 다시 호텔로 데려다 주는 셔틀이었다. 다운타운에 가기 전 우리는 라이브 뮤직을 잘하는 곳을 추천해 달라고 운전수에게 물었다. 서던 액센트가 강한 운전수는 다 거기가 거기 인 듯한 발음으로 몇 군데를 추천해 주었는데 우리가 알아들었던 장소는 딱 한 곳이었다. 다행히도 그곳이 내슈빌 다운타운에서는 제일 유명한 집이었다. 밖에선 셔틀이 왔는데도 영화를 찍는 듯 한 중년의 커플이 셔틀을 탈 생각을 안 하고 마냥 시간을 끌고 있었다. 썸 타는 사이처럼 보이는 이 커플은 차에 들어와서도 주변은 아랑곳 않고 꼭 붙어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매만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자는 컨트리 가수처럼 이 찜통 같은 복날에 소매 긴 청 원피스에 카우 걸 모자, 무릎까지 오는 진한 밤색 소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셔틀에서 내리자, 내슈빌 다운타운은 ‘전국노래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온 거리가 인파로 북적북적 했다. 우리는 길을 잃을까봐 평소에 잡지도 않던 손을 꼭 붙잡고 내슈빌 다운타운 거리를 걷기 시작했는데 과연 거리 어느 곳에서나 컨트리 음악이 흘러 나왔다. 뭔지 모르게 남부쪽 사람들 특유의 노는 문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머문 카페만 해도 그랬다. 테이블 가까운 곳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세 명의 멤버가 각각 다른 악기로 연주로 하며, 손님들이 노래신청을 하면 어떤 노래든지 즉석에서 불러 주었다. 이곳은 예비 컨트리 가수들의 연습장인 듯 시간마다 다른 가수들이 올라와 노래를 하고, 흥에 겨운 컨트리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스텝을 밟았다. 여자끼리 온 테이블은 마치 70년대 세시봉에서 디제이에게 쪽지를 보내는 것처럼, 가수들에게 수상한 쪽지를 보내고, 라이브 음악을 들려준 다는 이유로 한 잔에 8불씩이나 하는 로컬 맥주는 불티나게 팔리는 눈치였다. 좀 껄렁해 보이기까지 하는 남부 사람들은 길고 무더운 여름날 (long hot summer days), 농사일을 끝내고 컨트리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하루를 식혔으리라. 기후는 그 고장 사람들의 기질과 문화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귀가 얼얼해질 무렵 다시 거리로 나오니 주황색 바께스 몇 개를 엎어놓고 드럼을 치는 흑인 아이들이 눈에 뜨였다. 가까이 가서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연주사진 값으로 돈을 달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1불짜리 몇 개를 동전 통에 넣으려 했는데, 벌써부터 공연료부터 먼저 챙기는 것을 배운 미래의 뮤지션들을 보니 조금 씁쓸함이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는 불어났는데 마치 도시 전체가 공연장 인 것 같았다. 우리는 다음날 ‘그랜드 올 오프리’ 엘 가기로 했기에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는 내슈빌 라디오 방송국에서 진행되는 컨트리 음악 공개 라이브 방송인데, 지금은 컨트리 음악 공연이나 시상식장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이곳엔 이름 있는 컨트리 가수들의 공연이 시간 별로 있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미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로 인해 늘 성황 중이다. 요즘은 뉴욕에 가서 1주일 동안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섭렵 하듯이, 한 테마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 컨트리 음악 팬들은 이곳에서 며칠씩 묵으면서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엔 이런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과 식당들이 즐비했다. 이 극장 의 백스테이지 투어도 인기가 높았는데, 우리는 시간이 안 맞아 극장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다. 누가 보면 컨트리음악을 엄청 좋아하는 것처럼 팔을 흔들고 만면엔 광팬 같은 호들갑을 잔뜩 묻혀서 인증 샷만 찍은 것이다. 곧 이어 동네 전체 간판에 그랜드 올 오프리가 있는 곳을 떠나 낙시빌로 향했다. 낙시빌(knoxville)은 테네시의 옛 주도 인데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마지막 대도시 였다. 인근에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애슈빌과 함께 테네시를 가는 기회가 있다면 이 세 도시는 꼭 들려볼만 하다. 낙시빌은 미시시피 강을 끼고 있는 전원도시 인데 어수선한 내슈빌 보다, 한결 더 정돈 되어 있고 차분 해 보인다. 또한 다운타운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볼거리가 다 집약되어 있어 무척 편리하다. 옛 주청사와 박물관, 마켓 스트릿등을 걷다 보면 금방 리버사이드가 나온다. 강가엔 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조깅하는 사람들과 스탠딩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간간히 수영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오래 전 우리네 강가 풍경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날 저녁 우리는 낙시빌의 상징인 긴 철교가 몇 개씩이나 보이는 강가 식당에서 테네시 스타일의 갈비를 먹었다. 바비큐소스 가 특이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평소 먹던 맛이었는데, 메뉴에는 뭐든지 테네시 스타일 이라고 쓰여 있다. 테네시 스타일 코올슬로우, 테네시 스타일 생선튀김, 그리고 테네시 스타일의 명랑함은 옵션이었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관광지에 들리면 꼭 사는 기념 스푼을 사기 위해 마켓 스트릿에 들렸다. 그곳엔 딥 사우스(deep south) 사람들의 길고 무더운 여름 오후가 초록의 그늘 밑에서 나른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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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시인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