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수자 칼럼]

제24화. 레테의 강과  황천(黃天)

 

 이문열의 소설에 <레테의 연가>가 있다. 1980년대 한국 문학계를 풍미했던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27세의 처녀가 중년의 화가를 사랑하는데 ‘도덕’규범을 넘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스토리다. ‘나는 내일이면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 여성에게 결혼은 하나의 레테, 망각의 강이다. 우리는 그 강물을 마심으로써 강 이편의 사랑을 잊고 강 건너의 새로운 사랑을 맞아야한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에 레테라는 말이 나온다.

 

레테(Lethe)가 로맨틱한 세인느나 라인이나 한강 쯤으로 생각했던 때였다. 한편,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은 저세상에서 5개의 강을 건너는 코스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슬픔이나 비통의 아케론(Acheron)강, 둘째, 탄식 비탄의 코키투스(Cocytus)강, 셋째, 불을 뜻하는 플레게톤(Phlegethon)강, 넷째, 망각의 강 레테(Lethe), 다섯째는 증오를 뜻하는 스틱스(Styx)강을 건너게 된다는 것이다. 


 문학 작품 속에, 살아있는 사람으로 이들 저승의 강에 다녀 온 이야기는 버질(Vergil BC70-19) 이 쓴 <아이네이스 Aineis> 와 단테 (Dante Alighieri’s1265-1321)의 <신곡 Divine Comedy>에 전한다. <아이네이스>는 버질이 쓴 로마의 건국 서사시다. 버질은 <아이네이스>의 주제와 자료들을 호머(BC 800)의 <일이아드 오딧세이>에서 빌어 왔고, 단테의 <신곡>은 버질의 안내를 받으며 지옥, 연옥, 천상을 두루 돌아본 이야기다. 호머의 <일리어드 오딧세이>, 버질의 <아이네이스>, 단테의 <신곡>은 각기 거의 천년의 세월을 두고 같은 뿌리다.

 

 o...버질의 <아이에네스> 이야기 : 로마를 건국한 아이네이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 이름은 비너스)의 아들이다. 아이네이스는 트로이의 영웅 핵토르에 버금가는 장수였지만 전쟁에서 패하여 고국 트로이를 떠나야했다. 아이네이스가 트로이를 떠날 때 트로이의 많은사람들이 그를 따른다. 아이네이스는 무리들을 이끌고 어디로갈지 모르고 있을때 ‘이탈리아로 가라’는 신의 음성을 듣는다. 그들은 희망을 안고 약속의 땅 이탈리아로 가는데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방해를 받는다. 여신 헤라는 아이네이스가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워한다. 헤라가 아프로디테를 미워하는 것은 ‘최고의 미인에게 주는 황금의 사과’ 쟁탈전에서 아프로디테에게 졌기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트로이 전쟁은 올림프스의 신들이 인간들과 합세해서 그리스와 트로이 두 패로 나뉘어져 싸운 전쟁이다.


 암튼 헤라의 저주로 아이네이스가 죽을 고생을 하는 것을 보고 아프로디테는 제우스를 찾아갔다. 이때 제우스는 아이네이스가 장차 세계를 지배할 민족의 조상이 될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자신의 아들 아이네이스가 넓은 제국을 약속받고 로마인들의 시조가 된다는 말에 아프로디테는 안심하고 기쁜 마음이 되었다. 오랜 항해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이스는 시빌이라는 신령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건국에 필요한 지혜를 저승에 있는 아이네이스의 부친으로부터 받기위해 죽음의 나라로 떠난다. 죽음의 나라, 저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황금가지를 바치고 죽음의 신 하데스의 허락을 받아야한다. 아이네이스는 어렵게 황금가지를 입수하고 살아있는 몸으로 사후세계로 들어간다. 황금가지는 일종의 저승 노잣돈이다. 아이네이스와 시빌은 여러 강을 건너서 드디어 강물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 곳을 만난다. 강의 왼쪽은 지옥이고, 오른쪽은 천국이었다. 두 사람은 천국으로 들어가 아이아네스의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는다. 아버지는 아이네이스를 ‘망각의 강(Lethe)’으로 데리고 갔다. 다시 세상에 태어날 사람들은 모두 이 강물을 마시고 지난날의 삶을 잊어버린다고 했다. 장차 이 사람들은 로마에 태어나 아이네이스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망각의 물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앞으로 그들이 할일을 얘기해주었다. 그리고는 이탈리아의 건국과, 그 앞에 놓여진 어려움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이네이스와 시빌은 건국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이승으로 돌아와 로마를 세웠다.


 o...단테의 <신곡> : <아이네이스>를 쓴 버질의 안내로 살아있는 단테가 사후의 세계를 둘러보고 그 참상을 기록한 책이다. 서기 1300년 4월8일, 성 금요일 아침, 당시 35세였던 단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치 몽유병자처럼 어둡고 음침한 숲속을 헤메고 있었다. 혼미한 속에서 환상처럼 나타난 사람은 옛날에 살았던 버질이었다. 그의 안내로 단테는 저승 여행을 시작한다. 슬픔과 비통의 강 아케론을 건너 악한 인간들이 고통 받는 지옥계, 오랜 세월 동안 천국을 갈망하는 영혼들이 있는 연옥계, 그리고 단테의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가 있는 천국으로 갔다. 단테는 실로 엄청난 사후 세계를 그려냈다. 단테의 <신곡>은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o...황천(黃天) : 원시 불교의 전설이다. 사람이 죽으면 ‘황천’으로 간다. 사람이 죽은 뒤 7일 만에 황천의 명도(冥途)라고 하는 저승길로 가서 저승 왕 앞에 선다. 그곳에서 지은 죄업에 대해 심판을 받고 생전에 행한 선행과 악행에 대한 처벌을 받는다. 생전에 불효 노릇을 했거나, 인과 법칙을 믿지 않았거나, 그 밖의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은 모두가 불지옥에 떨어진다.
 황천(黃天) 강은 저승길을 가로질러 흐르며 이 강을 건널 때 배 삯이 있어야하며 한 번 건너면 다시는 되돌아 설 수 없다. 다리가 있으나 아무나 건너지 못한다. 생전에 선한 일을 한 사람만이 다리를 건널 수 있다. 그 밖의 죄진 자들은 헤엄쳐 건너야 되는데, 이 경우는 생전에 한 일에 따라 다르다. 한 쪽은 물길이 얕아 건너기가 쉽고, 다른 쪽은 소용돌이가 치고 물이 깊어 건너기 어렵다. 저승의 길목에서부터 이승에서 한 것에 따른 업보가 시작되는 것이다.
 다리로 건너든 헤엄쳐 건너든 황천을 건너면, 그 기슭에 옷을 거는 의령수(衣領水)라고 불리는 나무를 만난다. 그 나무 밑에는 두 명의 노인 탈의파(脫衣婆)와 현의옹(懸衣翁)이 있다. "너에게는 이제 의복은 필요 없다" 하고 탈의파가 말하며 의복을 벗겨서 현의옹에게 건네주면, 현의옹은 그것을 받아 의령수 가지에 건다. 이것은 생전에 행한 악행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가지가 휘는 정도에 따라 그 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판단한다. 즉 많은 죄를 질수록 옷을 건 의령수 나뭇가지가 크게 휘어진다. 나무의 휘어짐 정도에 따라 저승에서의 처우가 달라진다. 저승을 다스리는 왕은 모두 열 분이라 한다. 이들의 종합 점수가 저승에서 지옥과 천당을 가게 된다. 따라서 사후에 가는 길은 동서양이 같은 컨셉이다. 죽으면 몇 개의 강을 건넌다든가, 저승의 강을 건널 때 배 삯을 지불해야한다. 사람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돈이 필요하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강을 건너야하고... 이런 저런 제약을 받아야한다. 그러니 살거나 죽거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라, 그래서 죽음은 생의 한 부분이거나 생의 연장이라 하나 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으면 저승, 황천, 삼도천,북망산, 요단강 건너, 연옥,지옥,천당, 극락,육도(지옥,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천상)중 한곳으로 간다고 하는데, 한번 죽으면 다시 온 사람이 없으니 그곳의 실체나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임사체험 (臨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떠돌지만 부분적이고 개인적이고 편파적이라 보편성을 갖는 예는 별로 없다. 과학자들은 임사체험자들은 뇌가 완전히 죽지 않고 일종의 환각상태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죽음은 뇌가 죽는 것으로, 뇌사 후 뇌의 활동이 없어지기 때문에 사후의 모습을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후의 세계는 각자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 아닐까. 사후의 세계를 그린 버질의 <아이네이스>나 단테의 <신곡>은 문학작품으로, 창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사람의 사후,...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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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재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