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끌어주고 밀어주고 세워주고 (달라스한인문학회 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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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다. 유난히 비가 많고 화씨온도계로 세자릿수의 폭염이 손꼽을 만큼 적었던 달라스의 여름이 지나간다. 스프링클러가 있어도 물 값 때문에 못쓰거나 아예 없는 집의 잔디들은 이때쯤이면 누렇게 말라서 볼품이 없다. 이 지역 빈부의 척도랄까? 그런데 올해는 어디를 가든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라는 노래를 떠 올리듯 ‘초록의 달라스’가 되었다. 
초록 풀밭에 자태가 고운 크레이프머틀(목백일홍)트리의 꽃이 폭염에 지치지 않은 얼굴로 선명하다. 여러 색으로 피지만 이름이 같은 꽃들을 보면서 여러 장르의 글을 자신의 성격대로 담아내는 문인들이 모인 달라스한인문학회를 생각해본다.        
 
 달라스의 첫 한국방송인 라디오코리아 달라스의 이민수기 수상자들을 주축으로, 96년 9월 27일 오승룡님과의 긴 문학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는 초기 희원들에게 시 창작 교실 프로그램으로 글쓰기를 고취시켰다. 그 후 고문이던 김수자님을 회장으로, 자신은 총무로, 신춘문예당선자이며 신문사를 하시던  손용상님과 세분이 솥발 세 개처럼 문학회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세워나갔다.  특히 어스틴과 킬린에서 오시는 두 분의 글 사랑과 섬김은  달라스 거주 회원들에게 늘 도전을 주었다. 
  
 농부에게 땅이 필요하듯 글 쓰는 이들에게는 글밭이 필요했다. 손용상님과 오기자가 있던 신문사마다 회원들의 글을 실어주었다. 고문에서 회장으로 문학회를 이끌며 우리만의 글밭인 달라스문학 창간부터 4호까지 수고하신 김수자님의 소설집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여러 회원들의 출판기념잔치가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회원들의 등단소식과 수상소식들! ‘일인 몇 역’을 감당하며 밤잠을 설치고 쪼가리 시간으로 글을 쓰던 회원들에게는 감격의 시간이었다. 특히 2012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의 중앙일보 “텍사스 한인작가 릴레이- 미국에 사는 이야기”는 문학회가 16살로 자랐을 때인지라 시와 수필을 지역사회에 발표할 수 있는 글밭이어서 참 감사했다. 그로 인해 회원들 모두 글 쓰는 재미와 두려움, 신문에 난 글을 읽고 전하던 자랑스러움과 뿌듯함 등, 글쟁이로서의 감정들을 겪는 행복을 누렸다. 

 이제 달라스 한인인구 10만 시대. 60년대 초에 커뮤니티가 시작됐다는 달라스도 고령화시대에서 예외는 아니다. 칠곡군 할머니들의 시집인 “시가 뭐고?”를 읽고 토론을 하던 중 우리도 이 지역 어르신들의 여가선용을 위해 도움을 드리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작년에 문학회가 주관하여 노후를 보람있게 지내시도록 쉽게 쓸 수 있는 ‘그대로 작문상’을 공모했고 KTN의 ‘내 나이가 어때서 효도잔치에서’시상을 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한 종합예술제에서의 시낭송과 시화전. 한국학교 글짓기 심사. 한글백일장대회. 지역 신문사와 공동으로 김동길, 최인호, 이정록, 윤석산, 권대근, 등 그 외 작가님들과 함께 했던 문학 강좌를 잊을 수가 없다. 또 회원의 성장을 위해 전문인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고 회원각자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나누기도 했다. 타작마당으로 합평하는 시간들과 문학카페의 덧글과 답글, 그리고 단톡은 회원들의 글 실력을 키워나가는 시간이었다. 작년 1월에는 한국의 아동문예에서 텍사스특집으로 회원들의 동시를 상재해 주었고 한국의 에세이 문예에서도 텍사스특집을 마련해 주었다. 

 문학회발족 2년 후에 발간된 “미래문학”. 서로에게 축하사인을 해 주었던 이름들. “안경화, 안민성, 오승용, 이인순, 홍기화, 최영화, 최정임, 김숙영, 문인희, 고태환, 김길수, 김정숙, 박상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난다.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듯 써 내려간 이름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많은 분들이 너무 멀리 있다. 이미 세상을 뜨고 소식을 모르는 분들도 많다. 가슴이 뛰던 그 시절의 정이 그립다.14년간 몸담고 키워낸 문학회를 떠나며 자칭 ‘노마드’로, 달문의 밀알인 오기자님이 2010년에 남긴 마지막 말이다. “1996년 처음 출발한 달라스한인문학회는 촛불과 같은 첫걸음을 시작했다. 문학은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같고 회원들 각자가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사명의식으로 이 촛불을 꺼트리지 않았다. 달라스 문학회가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순간에도 버틸 수 있었고 이 모든 순간들은 추억이 됐다.”   

 2005년부터 발간을 시작한 달라스문학이 올해 12호가 나오게 된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문학회의 첫 시작부터 20년 넘게 지켜볼 수 있었고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고 세워주는 회원들과 지역사회와 함께 함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달라스에 한인이 아무리 많아진들 글 쓰는 이들은 모두 한 형제인 것을. 시편의 말씀이 생각났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김정숙 사모<시인.달라스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