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수자 수필]

제26화 오쇼라즈니쉬와 장자의 우화

 

인도의 수행자 오쇼라즈니쉬의 우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쇼라즈니쉬는 어떤 고대 이집트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며 소개했다. 이집트왕은 매우 죽음을 우려워했다. 그는 몹씨 허약하고 늘 어딘가 몸이 아팠다. 그는 곧 죽을것 같은 불길함에 휩싸여있으며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즈음 왕은 한 점성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 점성가는 왕의 신하 중의 한사람의 죽음을 예언했었고 정확히 그 시간에 신하는 죽었었다. 왕은 생각했다. ‘이사람은 위험하다. 이 사람이 악마의 마술 같은 무엇인가를 써서 그 신하를 살해했을 것이다. 이 사람을 살려 두는 것은 위험하다. 나 한테도 같은 짓을 할 수 있지않은가!’ 왕은 점성가를 불러서 물었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 말해 달라. 나는 언제 죽게 될 것 같은가?”
 그 점성가는 왕의 얼굴을 보고 무언가 위험한 낌새를 느꼈다. 그 왕은 매우 잔인했다. 점성가는 뭔가 도표같은 것을 만들어 그것을 한참 연구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폐하께서는 제가 죽은 뒤 일주일 이내에 돌아가실 겁니다.”
 “아니, 이럴 수가..” 점성가가 죽은 뒤 일주일 안에 내가 죽는다고? 거짓이다. 그런 일은 없다. 이놈의 점장이를 죽여버려야겠다. 아니, 그랬다가 만약, 혹 그가 죽은 후 일주일 내에 내가 죽는다면? ‘만약’ 이나 ‘혹’이 문제였다. 그러면 “안되지”, 왕은 생각했다. 국왕은 점성가를 다시 보았다. 이 자가 내 생명줄을 잡고 있구나. 이자가 살아있는 한 나도 살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왕은 지엄한 명령을 내렸다. 왕은 자신을 돌보는 의사들을 모두 불러 그 점성가를 돌보게 했다. 최고의 음식들이 준비되고 모든 것을 갖춘 궁전이 그를 위해 서 만들어졌다. 뛰어난 의사들이 단지 그를 돌보기 위해서 불려왔다. 왕이 말했다.
 “그를 잘 돌봐주어라. 왜냐하면 그가 말하기를 ......”
 그 왕은 매우 오래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 점성가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점성가는 매우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왕은 정말 그 사람이 죽은 지 일주일 이내에 죽었다.

 장자의 우화
 장자 외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나라의 환공은 중국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였다. 환공을 도운 사람은 명재상 관중이었다. 관중은 포숙과의 우정 이야기인 ‘관포지교’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관중은 원래 환공의 신하가 아니었으나 친구 포숙의 천거로 제나라 재상이되었다.
 어느 날 환공이 재상 관중을 데리고 진펄로 사냥을 나갔다. 이때 재상 관중이 마차 앞자리에 앉아서 말을 몰았다. 환공은 사냥하는 중에 귀신을 보았다. 그래서 겁을 먹은 나머지 관중의 손을 잡고 물었다.
 “재상에겐 무엇이 보이지 않는가?” / “신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환공은 궁으로 돌아오자 넋을 잃고 병에 걸리고 말았다. 며칠을 바깥 출입도 하지 못했다. 재상 관중은 왕의 병이 심해지자 의사를 불러 치료케 했다. 그러나 백방으로 병을 치료했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관중은 왕의 병이 사냥터에서 귀신을 보고 놀라 생긴 마음의 병인 줄 알고 귀신을 본다는 황자고오라는 자를 환공에게 데리고 갔다. 그는 병중인 환공을 세밀히 진맥을 하고 말했다.
 “상감님께서는 스스로 병환에 걸리신 겁니다. 귀신 따위가 어찌 상감을 병환에 드시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몸 안에 맺힌 기운이 밖으로 흩어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정신이 충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면 성을 잘 내게 되며, 다리로 내려가 올라오지 않으면 건망증에 걸립니다. 그리고 기운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채 몸 가운데에 있으며 가슴에 모이면 병이 됩니다. 상강님께서 혹 마음에 두려움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두려움을 풀어내야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환공이 다그쳐 물었다.
 “그대는 귀신을 보는 자렸다. 귀신이라는 것은 대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물론 있습니다. 웅덩이의 진흙에는 ‘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부엌에는 ‘결’이라는 귀신이 삽니다. 집안의 똥이나 쓰레기 버리는 곳에는 ‘뇌정’이라는 귀신이 살고, 집의 동북방 낮은 지대에는 ‘배아해룡’이라는 귀신이 뛰고 있습니다. 또 서북방의 낮은 데에서는 ‘일양’이라는 귀신이 삽니다. 그리고 물에는 ‘망상’, 언덕에는 ‘신’, 산에는 ‘기’, 들에는 ‘방황’이 있으며 택지에는 ‘위이’가 있습니다.”
“잠깐 있게. 그 위이라는 귀신은 어떻게 생겼는가?”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위이의 크기로 말씀드리자면 마차의 속 바퀴만 하고, 그 길이는 멍에만 합니다. 자줏빛 옷을 입고 붉은 관을 쓰고 있는데, 그 성질은 수레바퀴 소리를 싫어해서 마차가 오면 고개를 뻣뻣이 들고 일어섭니다. 그것을 본 사람은 패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황자고오가 이렇게 말하자 환공이 빙글 웃으면서 말했다. “바로 내가 본 것이 그것이었다.”
 그리고는 의관을 바로하고 앉아서 하루해가 가기도 전에 어느덧 병이 나았건만 그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집트 왕이나 제나라 환공이나 왕들은 대개 겁쟁이들이다. 왕이라는 지위가 그들을 겁쟁이로 만든다. 왕이 왕 된 것은 전 왕을 죽였기 때문이다. 왕위찬탈, 왕을 죽이고 왕이 된 왕들은 또 다른 왕을 노리는 자들의 추격을 받는다. 왕들은 이런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왕들은 낮이나 밤이나, 궁 밖에서나 궁 안에서나, 심지어 침실에까지 겹겹이 근위병을 둔다. 의심은 겁쟁이 왕들의 특성이다. 왕들은 왕위 때문에 병이 드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아주 우스꽝스런 방법으로 왕권을 지키며 불안을 해소하고 만족해한다. 그러나 왕이 될 수 없는 서민들은 우매한 왕들을 맘껏 조롱하며 통쾌해 할 수 있다. 이세상은 왕이나 왕이 아니거나 서로 밑질 것 없이 공평한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우화다. 우화는 대개의 경우 보편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 교훈적 이야기이다. 가령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이야기에서는 ‘방심하지마라’든가 ‘오만하지 마라’등의 교훈이 있다면 ‘늑대와 소년’에서는 ‘거짓말을 하지마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왕이나 환공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말하고 있으니 우화지만 심오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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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재미 소설가 

 

* 공지 : 필자 김수자 선생이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제 글을 읽어주신 KTN 독자 여러분께 작별을 고합니다. 저는 그동안 미주리에 살며 이 칼럼을 연재했습니다만 이번엔 하와이로 아들 따라 거처를 옮기게 되어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지면을 주신 김호 회장님, 문우 손용상 고문과 편집국 스텝들, 특히 KTN의 수준 높은 독자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전언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는 10월 13일 부터는 김수자 칼럼을 대신하여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2-4명의 필진이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이민생활 또는 여타 동포들의 삶의 여적을 재미있게 펼쳐 보임으로써 주말의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