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정숙 수필 “장미야, 미안해”

2017.04.29 13:02

KTN 조회 수:149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49)
 

 

“장미야, 미안해”

달라스 카운티인 파머스 브렌치로 이사 왔을 때는 초여름이었는데 길 건너 교회 앞에 늘 빨간 꽃이 피는 작은 나무가 있었다. 뜨거운 여름에 잠간 쉬더니 겨울까지 계속 꽃이 있어서 궁금했다. 가까이 가보니 잎은 장미꽃잎이고 한국의 해당화 꽃을 닮았는데 향기가 없었다. 남편이 알아보더니 ‘더블락 장미’라며 몇 그루를 사다가 심었다. 실제 이름은 “Double Knock Out Rose.” 봄부터 얼기 전까지 피고 병충해도 없단다. 그래서인지 달라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이 꽃은 빨강, 분홍, 주황, 흰색, 보라색에 잉크색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큰 가시에 작은 가시까지 다닥다닥해서 손대기가 겁이 난다.

 

야생화를 좋아하고 가시가 질색인 나에게 장미는 그저 그런 꽃이다. 향기와 아름다움 때문에 너무 우상화 된듯해서 천박스럽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 오기 직전에 45송이 장미를 선물로 받았다. 천막교회 당시에 전도의 문을 열게 한 청년이다. 중학생 때 자살을 시도한 후 가족들이 발견해서 겨우 목숨은 건졌는데 망가진 속은 치료될 가망이 없다고 병원에서 포기했다고 했다. 심방을 가니 하반신마비로 몇 년째 문간방에 눕혀진 채로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빨리 죽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 부흥회 때 친구들에 의해 리어카에 실려 온 그는 예수를 영접하고 하반신마비를 정상으로 고침 받고 목사가 되었다. 당시에 신학을 하던 그가 “미국가시면 이 ‘장미나이’ 그대로 사십시오. 생신날 장미꽃 사다드릴 사람 없을 겁니다.” 그의 말대로 생일에 장미꽃을 받아 본적이 없다. 참 오랫동안 잊었던 그 학생의 장미꽃이 생각난다. 목사가 된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한국의 5월은 장미의 계절로 여기저기서 꽃 축제가 열린다. 특히 9일을 19대 대통령 궐위(闕位)에 따른 후임 대통령선거일로 결정함으로 장미대선이라하고 14일은 장미꽃을 주고받는 로즈데이이다. 또 미국에서는 6월 셋째 주일이 아버지날인데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붉은 장미, 돌아가셨으면 흰 장미를 단다. 고고학적으로는 약 3천만 년 이상 되는 장미화석이 발견되었고 관상용으로 재배되기는 약 3천년 이상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텍사스 주의 꽃이 블루보넷이듯이 각 주마다 주화가 있지만 뉴욕 타임즈 1986년 9월 23일자에는 장미가 미국의 국화(the official flower and floral emblem of the USA)로 제정 되었다고 한다. 사랑과 미의 상징인 장미를 국화로 제정한 나라들이 영국, 이란 이라크등 10개국이 넘는다,

 

선교사님께 애기손톱크기로 바짝 말린 장미차를 선물 받고 효능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요약해보면 “장미차는 여성에게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는데 폐경이나 변비 등에 효과적이고 비타민C가 많아 노화방지 및 피로회복에도 좋다. 또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하며 베타카로틴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C가 레몬의 20배, 에스트로겐이 석류의 8배, 비타민 A가 토마토의 20배 정도 함유되어 있어 피부 보습은 물론 피부 재생, 피부 진정에 효과적이다. 풍부한 향은 우울증을 낫게 하고 콩팥을 강하게 만들며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주고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장미향수, 장미목욕 등 생활 속에서 많은 장미를 사용했고 로마의 귀족 여자들은 장미꽃을 찜질 약으로 사용하면 주름을 없애준다고 믿었으며, 네로황제가 연회에 쓰는 술에는 장미향이 들어 있었고, 장미 푸딩 디저트가 나왔다고 한다.” 옛날의 그들은 이런 성분들을 어찌 알았을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자연의 모든 것들 속에는 경이로운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장미가 이리 대단할 줄이야. 이 글을 쓰며 장미의 수난이 시작될까 은근히 걱정된다.

 

우리 집 더블락 장미는 2월초에 꽃을 피웠다 안부 카톡이 왔기에 2월의 첫 장미사진을 보냈더니 “우아함과 도도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네요.”라는 후배사모님의 아름다운 답글을 받았다. ‘그래, 맞아. 우아하고 도도하지만 따듯한 꽃이 장미인 것을! 내가 질색하는 그 가시는 아름다운 대신 쉽게 꺾이지 않게 하려고 네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인데, 미안해 장미야’

미국의 여행 작가이며 시인인 그레텔 에를리히(Gretel Ehrlich)는 “자연에서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끊임없이 알려준다.”고 했다 이 가시 있는 장미가 나의 일방적인 편견에 대한 우매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날 구원하신 주 감사”라는 복음 송에 “ ... 향기로운 봄철에 감사 외로운 가을날 감사 ... 길가의 장미꽃 감사 장미꽃 가시 감사” 라는 구절이 있다. 그 독한 가시를 어떻게 감사할 수 있을까 했지만 이제는 장미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함으로 부르리라.

 

김정숙 사모<시인, 달라스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