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박혜자 수필 노벨 문학상

2017.10.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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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의 세상엿보기]

‘노벨 문학상’

 

얼마 전 노벨상의 꽃이라 할수 있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수상자는 영국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레드 브록스’에서 예측한 강력한 수상후보였던 케냐의 응구기와 시옹오나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아닌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였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출생하여 여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간혹 소설에 일본이나 일본인 예술가들을 등장시키지만, 누가 뭐래도 영국적 배경에서 성장한, 영어로 글을 쓰는, 자칭 ‘영국 작가’ 임에 틀림이 없다. 전전이나 전후배경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전쟁으로 인해 변해 가는, 변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가치와 이상을 소설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그에게 부커상을 안겨준 세 번 째 장편,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s 역시 전쟁을 배경으로 인생의 황혼 녁에 깨달은 삶의 가치와 잃어버린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을 발표 할 때면 한국독자들은 은근한 마음으로 고은 시인의 수상을 기대한다. 그러나 물망에 오르기만 한 지 벌써 15년, 순위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 정작 기대하는 수상소식은 좀체로 오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신문이나 평론가들은 수상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나열한다. 좀 더 로비를 해야 한다는 둥,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등등 이유는 찾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난 최근 미국기자 가 내놓은 수상 불가 이유가 가장 공감이 간다. 그는 고은 시인의 시는 한국 독자들도 잘 안 읽는 시 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민들의 독서 수준을 언급하며 문맹률이 2% 밖에 안 되는 식자(識者)의 나라에서 연 4만권의 책이 출판 되는데도, 독서량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그의 지적이 의미가 있는 것이 자국 국민도 잘 안 읽는 시를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이 일부러 사서 읽을 것이며, 책 안 읽는 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을 기대하는 것은 심지도 않고 열매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노벨상, 특히 노벨 문학상이 뭐 길래 해마다 온 세계 국민들이 그토록 수상 소식에 연연하는 것인지, 가끔 우문이 들 때도 있다. 그건 아마도 한 나라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역량과 자존심이 연관 되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작가 한 명을 두고, 한 국가의 총체적 문화적 능력을 판단한다는 것은 무리일수도 있겠지만, 세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민들의 문학 사랑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왜냐면 문학은 그 나라의 삶의 토양에서 생산 되는 것이기에, 소설 한 편, 시 한 편은 한 국가가 지니고 있는 역사나 철학, 삶의 양태나 가치관, 이상 을 대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은 이 십대 초반에 일본을 아직 모르던 시절 막연히 일본을 동경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역시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 모옌의 <붉은 수수밭>은 중국 민초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중국역사의 잔혹성, 야만성과 부조리를 폭로한 작품으로 서구가 지니지 못한 중국인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을 온 세계에 알렸다.

 

어느 핸가 고은 시인은 “10월 이면 갑절로 외롭다, 우리 그것(노벨문학상)에 환장하지 말자”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독 상에 민감한 국민들은 마치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지 못한 것처럼 실망감과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이 특정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작가를 지나치게 괴롭히는 일은 삼가야 한다. 굳이 상을 받지 않더라도 시인이 이룩한 민족의 정체성과 잘못된 시대정신에 대한 고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다. 총 12권으로 된 시인의 연작 시집, 그가 전 인생을 통하여 만났던 만 명의 민초들을 묘사한 ‘만인보’를 읽다보면 시 쓰는 일이란, 글을 쓰는 일이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만추로 접어드는 계절, 램프를 켜고 시인이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보자. 노벨상 주인공들 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한 시대의 작은 영웅들이 책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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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시인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