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정숙 수필 행복한 질그릇

2017.11.10 14:22

yeon 조회 수:104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62)

행복한 질그릇

 

-달문 출판기념회와 사모위로의 밤에-

 

달라스의 ‘인 우드’를 지나다보면 대형저택에 걸 맞는 당당한모습의 Star Magnolia(스타 매그놀리아)가 쉽게 눈에 띤다. 얼마 전에는 달라스 기후가 기분에 맞았는지 몇 개씩 꽃송이를 달고 있었다. 청유리 구슬 같은 가을하늘에 우람하게 멋진 폼을 자랑하는 해묵은 나무든, 십대의 아이들같이 앳된 나무든 주먹크기의 하얀 꽃을 서너 개씩 달고 있는 것이 왜 그리 생뚱맞아 보였는지 떼어내고 싶었다. 새로 핀 것과 누렇게 변색되고 말라가는 채로 달려있는 것이 어릴 적에 할아버지 상청에서 보던 종이꽃 같았다.

꽃과 나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익숙한 짧은 동시대신 쓴 문화 산책의 글들이 Star Magnolia와 꽃처럼 엉뚱스럽지나 않았는지 염려가 되었다. 쉽지 않은 글쓰기는 솔직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이다. 몇 년 전에 인터넷 신문에 추천한 문우가 “글을 읽으며 위로 받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잖아요” 또 글 선배 S님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쓰세요.”라고 해 주신 말에 지금도 용기를 얻곤 한다. 게다가 잘 읽고 있다고 아는 척 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매끈하지도 못한 질그릇 같은 글이지만 해가 여러 번 바뀌도록 기도하며 쓰고 있다.

 

사람의 일생을 일 년으로 친다면 시월은 육칠십 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시월이 올해 따라 쓸쓸하다. 질그릇 같은 육신의 장막이 무너져 이 땅을 떠나고, 의사의 손길로 수리하고 리모델링까지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보니 인생의 내리막길에 서 있다는 실감이 난다.

그렇게 가는 세월 따라 달라스 문학회에서 열두 번째 인고의 세월을 엮은 책. 달라스문학 12호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어스틴에서 킬린에서 오클라호마에서 오신 반가운 얼굴들, 교회예배 마치자마자 열일을 제쳐놓고 한달음에 달려온 문우들. 그러나 늘 궁금하고 만날 때 마다 반갑던 몇몇 분들, <묵은 둥이>문우들의 부재로 가슴 한 쪽이 시리다. 70도 넘는 화창한 가을 날씨인데 문득 커피향이 그립다. 새로운 정도 반갑지만 묵은 정이 그리운 것 일게다.

축하연주 첫 곡인 홍원화 작곡, 김애기 작사인 연(Ueon), 장철웅님의 멋진 바리톤목소리로 듣는 아름다운 시 노래가 가슴에 닿았다. “먼 길을 돌아 왔네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이제라도 우리 만난 것을 난 감사해요... 그대 아린 눈물로 꽃을 피울 거예요” 이어서 김효근의 눈(Snow)과 앵콜곡으로 베사메무쵸와 오솔레미오까지 듣고 나니 젖었던 마음이 따듯해진다.

이어지는 시 낭송. 이혜선회원의 시 Prickly Pear(프리클리 페어). “텍사스 넓은 모래 땅.../절망의 메마름 이겨내며... 사막에서 뜨거운 것이 바람뿐이랴/ 눈물로 모은 천년 이슬...” 이민자로서의 아픈 삶을 “억척스레 살아”낼 뿐 아니라 “목마른 이 마시라 하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이 정 깊은 눈으로 읽어낸 자연의 배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부지런히 다음 모임 장소인 ‘사모 위로의 밤’에 갔다. 주일이라서 종일 피곤했을 텐데 맑고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시는 빛내리교회의 사역자들과 교인들. 자신도 사모로서 피곤할 텐데 다른 사모들을 섬기느라고 준비한 선물들과 아름답고 싱싱하고 향기로운 꽃. 리본까지 달린 정성 가득한 화분들을 보니 덩달아 싱싱해진다. 늘 이런 향기로 목사아내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왕이신 나의 하나님... 내가 주를 높이고” 나는 정말 주를 높이는 삶을 살았을까? 부끄럽고 감사하다. 정성스레 후식까지 준비해주신 맛있는 식사. 은혜로운 찬양과 예배. 특히 설교 말씀에서 예수그리스도의 보배가 담긴 나의 질그릇을 금그릇, 은그릇으로 만들려고 스스로 애 쓰지는 않았는가.(고후 4:7) 라는 말씀에 또 다시 깊은 구석까지 돌아보게 된다.

빛바랜 종이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은은한 ‘사모 위로의 밤 순서지’가 목사아내의 삶을 닮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 하는 자리에 엉거주춤하다가, 때론 철의 여인으로, 특히 이민목회이기에 삶의 최전선에서 일인 몇 역으로, 각종 일을 감당하며 돕다가 질병으로 쓰러진 사모들. 아내가 큰 병이 드니 그제야 철이 든다는 목사님들의 고백. 아내가 아파 쓰러져도 가야하는 목회자의 길, 또 가족들을 챙기며 순종하며 따라야하는 목사아내의 삶. 질그릇 되게 하심이 감사하다 ‘십자가 주님’의 보배가 담겼기에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 은혜라.../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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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사모<시인.달라스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