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

 

눈물

 

 

‘아니! 이 사람... 신 새벽부터 왜 이러시나?’ 
버스에 오르던 한 승객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타기에 도대체 왜 우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분명 밤새 안녕치 못하신 게로군......’ 
피치 못할 사정상 출근하며 울고 있는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운전 중에도 슬쩍슬쩍 훔쳐보니 그는 계속 창밖을 보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며 백 밀러로 자주 그를 살폈다. 

 

‘아하, 이거 정말 작은 일이 아닌 게 틀림없어!’하는 생각에 나까지 슬며시 불안한 근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우리 어릴 적에는 “진지 드셨어요?” 또는 “밤새 안녕하셨어요?”라는 아침 인사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슬며시 그런 인사말들이 사라져버렸다. 

 

“밤새 안녕하셨어요?”라는 말이 뭔가를 증명이라도 해 보인 듯, 저 우는 사람에겐 분명 밤새 큰일이 있었다고 단정하게 됐다. 옛말에 그른 말 없다더니, 새벽 시간 시간에 버스에 올라 눈물을 감추지 않으니 뭔가 안녕치 못한 일이 생긴 것이라고 지레 생각하며, 우리 아침 인사말에도 큰 의미가 있었구나 하며 새삼 놀랐다. 
사십여 년 전, 70년대 중반이었나 보다. 나도 저 사람처럼 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박정희 정권이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을 처음 초청하여 몇 십 년 만에 가족 친지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던 시절이다. 시내버스 라디오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 서로 붙들고 엉엉 우는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그 방송을 듣다가 서러워져 그만 울고 말았다. 자기 설움 때문에 상제보다 더 섧게 우는 상갓집 손님처럼 혼자서 괜스레 울었다. 

 

내 생전 아버지 소리해본 적 없고, 아비라 부를 자식 하나 없이 살다 보니 혈육의 정이 아쉬울 때도 많았기 때문일까. 나도 언제 한 번 저들처럼 핏줄을 만나 반갑게 얼싸안고 울어보나 생각하니 정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었다. 
특히 일가친척 없고 오가는 사람 없는 쓸쓸한 명절이 되어 가족이 함께 모여 왁자하니 떠드는 소리가 담 넘어올 때는, 부러워해 본 사람만이 절실히 느끼는 가족애... 나는 덩그러니 수저 두 개 놓인 초라한 밥상머리에서 얼마나 허전함을 느꼈는지 몰랐다. 일가친척 없는 게 죄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모두 호호백발 노인네가 되어 다시 만나는 재일동포들의 그 눈물이 뼛속 깊이 스며들어 내 설음마냥 와 닿아 난 그 때 그렇게 버스 안에서 울고 있었다. 

문득 백 밀러로 눈을 돌렸다.
아침부터 질질 짜던 그 사내가 목적지에 다 왔는지 앞문으로 다가왔다. 나는 상당히 동정하는 투로 그에게 물었다. 

 

"Why do you cry?"
아마 멀리 있는 가족 중에 누군가 죽었던가, 아니면 위급하다던가 하는 대답을 기대하며 물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I have allergy.”
 이런! 이렇게 어이없고 맥 빠지고 황당하기까지 한 대답도 있나. 남의 아픔을 천사 같은 마음으로 같이 걱정했는데, 그래 뭐야, 고작 알러지 때문이라고? 예라, 이!
 왠지 모르게 억울해지면서 괜스레 부아까지 치솟아 올랐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속으로 심통스럽게 소리쳤다. 
‘그래, 실컷 울어라. 이 거지같은 친구야. 괜히 성질나네 그려.... 

 

 

백 수 길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