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전당포의 결혼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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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 약손가락에 끼는 반지가 결혼반지라는 것만은 예외적으로 대단히 오래된 상징이다. 그래서 결혼식을 할 때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손에다 반지를 끼워주는 성스러운 의식이 있다. 기원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유는 왼손 약손가락과 심장 사이에는 직통 혈관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왼손 약손가락에 반지를 낌으로써 신성한 결혼의 약속이 맺어진다고 여겼고, 그 풍습이 그리스로 전파되었으며, 로마로 이어져 유럽에 정착되어 지금까지 남았다.”(나무위키 발췌) 
작은 체구의 M은 명성 있고 부유한 가정에 결혼해서 큰 고생 없이 대형교회 부속유치원의 교장으로 은퇴했다. 약지에 낀 반지는 몇 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 3개를 금으로 두껍게 싸서 손가락마디까지 닿아 투박하게 보인다, 반지 옆 부분의 정교한 금세공이 없으면 무식하게 보일지경이다. 시 할머니, 친정어머니, 자기의 결혼반지를 합쳐서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새로 세팅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그녀의 반지를 보지 못한 B가 자신의 약지를 보이며 “이 반지 어때요?”하며 묻는다. M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은 크기에 새로 만든 거로는 보이지 않아 의아했지만 “오우, 예뻐요!”하며 웃어주었다. 무슨 특별한 반지냐고 묻는 M에게 보여주자 “예쁘네요, 결혼한지가 오래 되셨나 봐요.”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떠났다.

 흰머리를 틀어서 집게 핀으로 고정한 70대의 그녀가 순간 부끄러운 듯 얼굴이 붉어진다. “약혼반지 먼저 주고 결혼식 때 웨딩 밴드를 주는 게 우리 관습이잖아요. 지난달에 암 진단 받고 치료중인 그가 어제 이 반지세트를 불쑥 내미는 거예요. 함께 산지가 일 년이 넘었는데 근사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반지라고. 근데 반지가 새것이 아니잖아요. 물었더니 전당포에서 사왔대요. 그것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두 번째 부인에게 사 준건데 그가 중풍이 들자 떠나면서 두고 간걸 나한테 주는 거래요.” 내 머리가 혼란스러운데 정색을 하며 그녀가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전당포에서 산 반지! 불행이 따라 다닌다고 생각해요?”
순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본 저주의 다이아몬드로 알려진 ‘블루호프’가 떠올랐다. 그렇게 묻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되물었더니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첫 결혼반지는 남편의 할머니가 며느리인 어머니에게 주셨고,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것을 그녀에게 주었다고 했다. 일 캐럿이 넘는 예쁜 다이아몬드 반지인데 3대의 전통이 있어서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첫 남편과 몇 년 밖에 못 살고 이혼 후 외아들의 결혼 때 며느리에게 주었는데, 10대의 손자가 자살해 죽고 이혼위기까지 갔었다고 하면서 며느리가 내 던지듯 주고 갔단다. 그 반지에 불행한 징크스가 따라 다닌다고. 그것과 다르지만 전당포에서 샀고 남편이 중풍이 들자 여자가 떠났는데, 이제 암 진단까지 받았으니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내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 주었다. 가운데 좁쌀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고 누구든 특이하고 예쁘다고 했다. 그것이 전당포에서 산 것이다. 한국에서 살 때 전당포는 가까이 본 적도 없었다. 전당포가 나오는 책이나 영화의 스토리들마다 을씨년스럽고 어둡다. 미국 와서 녹녹치 않은 삶을 살다보니 거기서 론모어(잔디깎기)를 사면 싸고 좋은 걸 살 수 있다고 해서 남편과 같이 갔다. 거기서는 기한이 지난 물건들을 합법적으로 판다고 했다. 마땅한 것이 없어서 나오는데 진열장에 각종 패물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서 애지중지 사랑받다가 어찌 이곳까지 왔나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그 중 눈에 띄는 십자가가 별로 비싸지도 않고 작은 쪽지가 있어 물었더니  다이아몬드의 감정서란다. 무슨 감정서씩이나 하고 웃으며 산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남편도 나도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으니 잘된 것 아니냐고 말해주었다. 또 보석은 돌고 도는데, 다이아몬드도 세팅을 새로 하거나 팔기도 하는데 그럼 그게 중고 아니겠느냐고. 또 만물을 만드신 하나님이 그것도 만드시며 축복하셨는데, 인간들의 탐욕으로 사건이 생기면 징크스라고 하는 것이지 다이아몬드가 무슨 잘못이냐고 했더니 아주 마음이 편해졌다고 환하게 웃는다.

 40년 넘는 세월을 싱글로 외롭게 일에만 묻혀 살던 분. 새로 만난 남편을 통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하며 예수를 알아가고 만나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인생의 참된 복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니 감사하다. 그녀의 남편이 빨리 치유되고 비록 몇 년이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정을 마무리하기를 기도한다. 

 

 " ....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지 아니하셨느냐"

 

 

 

김정숙 사모<시인.달라스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