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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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찬양의 향기로, 삶의 향기로

 

입춘 전에 한두 개씩 봉우리를 열기 시작하던 매화가 활짝 폈다. 아직도 겨울바람이 찬데 껍질을 뚫고 나온 하얀 꽃들이 가지마다 면사포 씌우듯 나무를 덮고 있다. 출 퇴근 길에 철조망담장 밖에서만 보다가 맘먹고 뒷마당에 나갔다. 자기 집 뒷마당 가는 것도 큰 맘 먹어야하다니... 이민자의 삶이라는 핑계를 대니 꽃에게 덜 미안하다. 코에 스치듯 은은한 향이 주위를 온통 감싸고 있다. 손끝만 닿아도 상처가 날듯 연한 꽃잎들이 풀어내는 보드라운 향기에 몸도 맘도 작아져서 엄지공주가 되어 꽃 속에 묻힐 것만 같다. 겨우내 어디 있다가 이리 몰려들었을까? 벌통의 벌들을 몽땅 쏟아 부은 듯하다. 수많은 벌들의 바쁜 날갯짓 따라 더 달큰한 향기! 이 꽃향기를 가득 담아 누구에게든 한 아름씩 안겨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해 첫 달의 마지막 주일 밤은 귀로 듣는 향기로 가슴 벅차서 살아 있음이 행복한 밤이었다. ‘MMC 찬양의 향기’ 세 번째 연주회의 놀라운 하모니! 한국어권과 영어권의 사회자에 은퇴교수, 현직교수, 학생, 주부, 나이까지 초월한 다국적 남녀 40여명의 합창단과 쏠로 성악가들 그리고 컨템포러리 씽어들까지 마음을 모았다. 반주는 피아니스트 이화정교수님, 음악감독 및 합창지휘는 Birchman 침례교회의 Daniel Salls목사님, MMC president로 교수에 목사아내인 크리스티 리님의 말대로 “민족과 문화와 세대가 하나 되는” 의미가 큰 연주회였다.

 

첫 곡인 John Rutter의 “지구의 아름다움을 위해”는 만유를 지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찬양이다. “하늘과 시간, 낮과 밤, 언덕과 계곡, 나무와 꽃, 태양과 달과 별, 형제자매, 부모자식, 친구의 아름다움”까지 주신 분을 찬양하는 곡이다. ‘삶’의 자음을 풀어쓰면 ‘사람’이 된다는 의미가 새삼 다가온다. 삶에서 ‘아름답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합창대 찬양의 향기가 마음

을 적시며 사람으로 사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오라토리오 <유다 마카베우스>중에서 “... 주는 기적을 행한다.” 61세의 헨델이 마카베오 항쟁을 소재로 한 대본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작곡한 곡으로 용기를 북돋아 준 유다로 인해 민중은 궐기하여 승리를 다짐하고 변치 않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노래한다. “헨델의 ‘메시아’에 버금가는 대작으로 이스라엘 국민에게 ‘메시아’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Benjamin Howard의 파워풀한 베이스 음으로 듣다보니 분단국가인 우리도 이렇게 승리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에 이어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교과서의  ‘역사 왜곡'에 더 가슴이 아프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는 레너드 코헨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열정의 슬픈 노래, 언제 들어도 가슴 저리는 ‘할렐루야’, 말로테의 ‘주기도문’, 구노의 ‘오 대속자 하나님’, 베르디의 오페라인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 중에서 수도사로 신분을 숨긴 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레오노라가 동굴 밖에서 노래하던 “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 Pace, Pace, mio Dio”는 Youna Hartgraves의 소프라노 열창에 연주회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특별 초대 피아니스트인 은퇴교수 한동일님의 연주! 단정한 자세로 마음을 여미고 기도하는 듯하다. 손가락에 마음을 담아 건반을 쓰다듬듯 찬송가를 연주한다. “너 성결키 위해(212)”를 시작으로, 너 시험을 당해(395), 만세반석 열리니(188), 예수 더 알기 원함은(506), 웬 말인가 날 위하여(141), 내주 되신 주를 참 사랑하고(512)”의 여섯 곡은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한 찬송가라서 그런지 삶의 고백이자 신앙의 간증으로 들려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젖었다. 네 살 때부터 70년 넘게 피아노와 함께 살아온 대한민국 “음악신동 1호”의 지나온 삶을 얹은 선율은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의 삶의 향기, 아름다운 자연의 향기였다. 

누군가에게 후원인이 되는 ‘사랑의 헌금’에 이어서 합창곡으로 “유 레이즈 미 업”과 Dan Forrest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로 마무리 된 ‘MMC 찬양의 향기- The Fragrance of Praise”! 전공자들의 재능 기부와 많은 후원자들을 통해 전해진 향기가 계속 번져나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볼 때 하늘의 별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영혼이 
찬양하네 숲속이나 험한 
산골짝에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은 
주님의 솜씨 노래하도다...”
(찬송가의 가사 중) *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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