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10  

 

레이–하와이의 꽃목걸이

 

하와이에서 생긴 일 (3)

 

“My name is Lei. 나는 레이에요.” / “레이? 한국사람?” / “반 반. 엄마는 한국사람, 아버지는 하와이안” 포이 식당의 레이가 묶음 머리를 풀며 말했다. 레이는 키는 나보다 크고 검은 눈은 내 머그컵만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흑발을 하고 있다.
“어휴, 다행이다. 반 한국 사람이라니. 그런데 저, 타로 논에 갔었는데요...”나는 타로 농장에서 생긴 일 때문에 허둥지둥 이었는데 레이는 내 맘을 모르는 체 했다. “퇴근해야 되는데요. 어머니를 픽업해야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네, 저도 같이 가요.”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녀를 따라가다가 그녀의 차에 탔다. 레이가 별 경계심 없이 대해주어서 다행이었다. 
레이 어머니는 와이키키 어느 상가 건물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꽃가게의 앞문을 제외하고 3벽면이 유리 냉장고 시설이 되어있고, 유리 냉장고에는 빨주노초파남보의 가지각색의 꽃들로 만들어진 레이가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하와이에 오면 누구나 레이를 걸어 주는 줄 알았는데, 내겐 레이를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도 아무나 걸어주는 것 아니구나 하고 포기 했는데, 여기서 레이를 보니 분명 아무에게나 줄 수 없는 귀한 보물같이 보였다.
“엄마, 한국 사람인데 레이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어요.” / “그래? 잘 오셨어요. Welcome to Honolulu” 레이가 어머니와 포옹을 하며 말했다. 
레이 매장 한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에는 핑크 오키드가 쌓여있고 4명의 부인들이 앉아서 레이를 만들고 있었다. 웃음을 함빡 머금은 할머니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영락없는 한국 할머니들이라 ‘안녕하세요’하면서 꾸벅 허리 굽혀 절을 했다. 한 할머니가 “Hi, handsome, come, come” 하면서 진홍의 레이를 걸어주었다. 다른 두 할머니들이 “Who is this handsome boy”하면서 박수를 쳤다. 한 할머니는 휠채어에 앉아 있었는데, 손짓을 하며 나를 불렀다. ‘I ‘m Lei’s grandmother.’하면서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지만 앙상한 손이었다.
“여기 할머니들은 하와이 이민 3세 4세인데 한국말을 못하시지요. 연세가 70세에서 80세 어른들이예요. 그 중 우리 어머니가 제일 연장이예요. 이분들은 우리 가게에서 레이를 만들고 돈벌이도 하며 노후 생활을 즐기신답니다. 하와이 초기 이민자들 대부분은 한국말을 못해요. 1세들은 사탕수수 밭에 나가 노동을 했고 2세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익히기에 바빴지요. 한국말을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없었어요. 내가 한국 이민 4세인데, 나 때 겨우 교회 부설 한글학교가 생겼고 또 한국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요” 미 본토를 여행하면서 영어 못하는 노인들은 많이 보았는데 한국어 못하고 영어만하는 노인들을 보는 것은 하와이에서 처음이다. 영어만하는 한국 할머니들의 비애가 얼듯 비쳤으나 할머니들은 행복하고 자유롭고 윤택해보였다. 꽃을 실에 꾀어 레이를 만드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도 빨랐다. “내일 한국에서 단체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레이를 준비 중이예요. 신혼 부부팀도 있고 회갑 여행팀도 있어요. 이들 손님들에 맞춰서 100개의 레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좀 복잡하네요. 레이의 뜻을 아나요?” / “아뇨, 그냥 하와이 꽃목걸이로만 알고 있는데요.” / “그래요. 하와이에 오는 사람들에게 환영의 표시로 걸어주는 형식적인 목걸이로만 알고 레이는 그 이상의 뜻이 있어요.” 
레이 어머니는 박스의 꽃을 색깔대로 모양대로 향기대로 분류하느라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쉴 새 없이 레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평범한 레이를 만드는 시간은 30분 정도. 긴 바늘에 실을 꾀어 꽃 하나하나의 밑둥이를 통하여 괴고 꾀고 또 꾀는데, 이때 꽃잎을 다치거나 상처를 내면 안 된다. 그러면 꽃이 금방 시든다. 완성된 레이는 유리 상자나 프라스틱 상자에 담아 차곡차곡 냉장고에 들어가고, 긴 목걸이는 냉장고의 레이 틀에 걸리게 된다. 꽃 종류, 열매의 종류에 따라 냉장의 온도 조절을 달리해야 한다. 잎에는 종종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얼마나 많은 종류의 레이를 만들 수 있을까. 오키드만 해도 색과 모양이 다양하다. 한 가지 색으로만 되어있는가 하면 점박이들도 있고 모양 별, 향기 별, 거기에 하와이 야자 잎이나 바나나 잎을 곁드리기도 한다. 열매를 이용한 목걸이도 수 십 종이나 된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조개껍질로 만든 것과 기이한 생선뼈로 만든 레이도 있다. 레이는 하와이 사람들의 일상에 등장한다. 출산, 생일, 입학, 졸업, 결혼, 환영, 감사, 방문, 장례, 병원 등 인간의 생로병사에 다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레이의 기원은 남태평양의 섬 타이티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고기잡이를 떠나는 남편, 아들, 애인이 무사이 돌아오라고 기원하며 레이를 걸어주었다고 한다. 살아 돌아오면 레이 신에게 감사를 잊지 않았다. 이 레이가 하와이에 와서 새롭게 테어나 하와이의 뿌리 깊은 풍습이 되었다. 하와이 꽃을 엮어 만든 꽃목걸이 레이는 이제 하와이의 문화요 정신이 되었다. 할머니들이 만든 레이를 냉장고 걸이에 거는 일도 섬세하게 해야 한다. 조그만 실수에도 꽃입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기 다루듯 살살해야한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No, no, please don’t하면서 가만있으란다. 내 투박한 손이 행여 꽃을 다칠까 걱정 되었나보다.
“저기 TV 좀 봐요. 오늘부로 호놀루루 경살서장이 여자로 바뀌었는데 축하 레이 좀 보세요.”
조금은 날카롭게 생긴 금발의 호놀루루 시의 여자 경찰서장은 친구 형제 동료로부터 받은 수십 개의 레이를 목에 어깨에 걸고 크게 웃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레이가 목 기브스한 것보다 높았다. 그 많은 꽃들이 어디서 나올까? 내 생각을 안다는 듯 레이 어머니가 설명을 했다. 
“걱정할것 없어요. 하와이는 꽃 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어디고 언제고 나무나 풀들이 꽃을 피워냅니다. 지금은 농장에서 대량으로 재배 되지만, 꽃들은 자신들을 거두어 레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할 겁니다. 그래야 꽃들이 빛나니까요. 우리 가게 옆으로 즐비하게 서있는 풀루메리아(Plumeria)를 봤나요? 하와이 여인들이 머리에 꼽는 다섯 개의 꽃잎으로 된 하얀 꽃 풀루메리아의 향을 맡아봤나요? “
레이 어머니가 건네주는 작은 책자를 들쳐보았다. 하와이는 꽃 천지, 기후 좋고, 바람 많고, 땅이 기름져서 심기만 하면 뭐든 나서 예쁜 꽃을 피워낸다. Plumeria, Crown Flower, Tiare, Gardenia, Hibiscus, Bougainvillea, Hoya, Red Jade, Jasmine, Melastoma, Mussaenda, Beach Naupaka, Orchid...서양 난 종류만 해도 수천가지에 이르니 레이의 다양함을 말해 무엇하리. 사람 레이가 포이 식당에서 입던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레이는 붉은 레이를 머리에 관처럼 쓰고, 목걸이 팔걸이 심지어 발목에도 했다. 레이를 보는 순간 농장에서 만난 그 여신을 보는듯했다. “아니, 당신은 여신?” 나는 너무 감격해 할머니가 걸어준 레이를 벗어 레이에게 걸어주려 했다. “No, you can’t do that.” 누군가 자신에게 걸어준 레이는 다른 사람에게 걸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레이는 이미 그 사람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란다. 그게 레이의 혼이라는 것이다. 아, 예쁜 레이. 레이 이름은 왜 레이 일까. 할머니들이 ‘바이바이’ 하면서 꽃집을 떠났다. 레이 어머니가 뒷정리를 하고 꽃집의 불을 껐다.
“우리 집에 가서 저녁 같이 해요.” 나는 사양도 안하고 레이가 운전하는 차에 올랐다. 레이가 하이웨이 원으로 차를 몰아들어서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여기는 내가 아까 왔던 그 곳, 여신을 만났던 곳이다. 집 입구에는 마치 한국의 제주도 하루방 돌 같이 구명이 숭숭난 검은 돌로 담을 쳤고, 그 담 위로는 억세게 생긴 선인장이 타고 넘어가고 있었다. 풀루메리아가 병풍처럼 둘려 쳐진 가운데 마당의 잔디가 파랗게 깔려있었다. 레이의 차가 앞마당을 가로 질러 차고 앞에 섰다. 차고 앞에는 거대한 사람이 팔장을 끼고 서있었다. 
“앗, 마우이다!” 내가 속으로 외쳤다.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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