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수자 칼럼]

제21화 라스푸틴과 최태민, 순실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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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첫 날부터 CNN, BBC등 세계 중요 언론매체에서는 한국의 최순실 사건을 보도하면서, 최순실이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떠들어댔다. 그러면 도대체 그의 정체가 무엇일까. 라스푸틴(Grigori Yefimovich Rasputin 1869~1916)은 제정 러시아 말기 사람으로 수도자 또는 예언자 또는 괴승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범한 농부의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신통력을 보였다고 하며 18살 때 어느 수도원으로 갔고, 그곳에서 성모의 환영을 보는 체험을 통해 종교적 생활로 접어들었다 한다. 그 뒤 예언과 치유의 능력이 생기고 주로 시베리아 지방을 떠돌며 방랑 수도승으로 살았다.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알렉세이가 혈우병을 앓고 있었는데 라스푸틴이 병을 치유한다는 소문을 들은 알렉산드라 황후가 그를 초청하였다. 그는 기도와 안수로 혈우병에 걸린 황태자의 병을 낫게 하여 황후의 믿음을 샀다. 이후 황후의 개인고문관이 되고 황제도 그에게 사로잡혀서 섭정을 하게 된다. 라스푸틴은 “신이 이번 전쟁은 황제가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황제로 하여금 전선으로 가도록 작전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니콜라이 2세가 전쟁을 치루는 사이 모스크바는 황후 알렉산드라와 라스푸틴의 손에 들어왔다. 황후와 라스푸틴이 다스리는 정치를 못마땅하게 여긴 러시아 귀족들은 라스푸틴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라스푸틴 자신도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모양이다. 황제에게 서신을 보내어 경고를 했다. 그가 1월1일 이전에 죽을 것이며 만약 러시아 농민의 손에 죽는다면 황제는 그 자리에서 계속 통치할 것이고, 귀족들의 손에 살해된다면 그들은 피로 젖을 것이며 러시아를 떠나게 될 것, 또한 자신의 죽음을 가져온 사람이 황제의 친척이라면 황제의 자녀들과 친척들은 2년 내에 모두 죽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그는 1월1일이 오기 전인 12월16일에 귀족들의 손에 살해당했다.

 

러시아 귀족들은 라스푸틴이 없는 사이 궐석재판을 열어 라스푸틴에게 사형 언도를 내린다. 그리고는 라스푸틴을 밀실로 초대하여 술과 청산가리 독극물을 섞은 과자를 먹게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라스푸틴은 청산가리를 먹었음에도 마치 술에 취한듯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불렀고 기괴한 춤을 2시간 이상 추었다. 보통 사람은 청산가리를 먹고 5초 이내에 죽는데 이 무슨 일일까. 독이 든 과자를 먹여도 죽지 않자 일당들이 놀라 그에게 총을 쏘았다. 그러나 총상을 입고도 죽지 않고 암살자의 멱살을 잡아 다녔다고 한다. 결국 총 세발을 더 맞고 쓰러졌는데, 숨이 잘 끊어지지 않았다. 암살자들은 두려움을 느껴 시신을 네바강에 던져버렸다. 얼마 후 시신을 건져 올려 검시 한 결과 그의 폐에서는 다량의 물이 검출되어 사인은 물에 빠져 죽은 익사였고 총상으로 죽은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이 그의 예언대로 황제의 가족은 그가 죽은 지 2년이 안되어 볼셰비키의 손에 모두 처형당했다. 결국 제정 러시아는 라스푸틴의 예언대로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라스푸틴에 대한 기이한 일화는 영화 <Rasputin:Dark Servant of Destiny-1996) 로 크게 부상했는데 소위 ‘base on true story’는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이라 상당 부분 부풀려 알려진 듯 하다. 그의 ‘거시기’가 30센티가 넘는다는 둥 귀부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둥 루머는 러시아인들의 과장된 입담의 산물이라는 설이다. 그의 치유능력은 심령사나 최면술사처럼 환자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심리치료에 불과했을 것이고, 독약이 든 과자를 먹고도 죽지 않은 것은 독약 성분이 기화 내지 산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또 총을 맞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 역시 흔히 있는 일로 출혈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그는 일종의 영매나 무당 같은 사람이었을 것 같다. 러시아 사람 중에 라스푸틴이 병을 고치는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로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죽여도 살아나는 악마의 화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라스푸틴의 기괴한 행동과 극명한 양면성 때문인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만화가 꾸준히 제작되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의 라스푸틴 최태민, 최순실 부녀

“South Korea Rasputin scandal: Choi Soon Sil’s dasughter arrested in Denmark -CNN,BBC 1/1/2017” 한국의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세계 미디어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제정 러시아의 몰락에 일조했던 라스푸틴을 떠올리는 데자뷔(Déjà Vu / ‘이미 있었던 일’의 뜻) 현상이 일어났다. 서구인들에게 라스푸틴은 ‘종교인의 국정농락’의 상징이었고, 박근혜와 최순실이 엮어진 스캔들 역시 그와 비슷한 사건으로 비쳐진 것이다.

한국의 라스푸틴은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서부터 시작된다. 1974년 육영수 여사의 사후, 슬픔에 쌓여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에게 “육영수여사가 꿈에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고 했다”며 접근했다. 그 후 1994년 그의 사망까지, 그리고 대를 이어 그의 딸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씌여 함께한 시간이 근 40여 년이다. 기록에 의하면 2007년 대선 때 주한미국대사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 대해 "최태민이 인격 형성기에 박 후보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고 최태민의 자제들이 그 결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있다"고 전하면서 최재민이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보고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 언론에 퍼진 최태민과 최순실의 이력을 정리해보면, 최태민(1912-1994)은 순사, 경찰, 승려, 영세교 창시자, 구국선교단 총재, 샤먼, 영매사, 주술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졌던 인물이다. 그는 이름을 수차례 바꿔 최도원, 최상훈, 최태운, 공해남 등으로 사용했고 1977년부터 최태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총 6명의 부인이 있었다. 또 최태민과 박근혜가 내연 관계로 동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가 1989년 노태우 대통령에게 전달되었고, 이 사실은 2016년 조선일보의 공개로 알려진바 있다. 또한 정유라는 최태민과 박근혜의 딸이라는 설도 있었다. 최태민의 아들 최재석은 "1994년 아버지가 1천억 원대 전재산을 박근혜 씨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했으며, 이를 눈치 챈 누군가에 의해 독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최태민의 죽음에 의혹을 갖게 했다.

 

최순실(1956-)도 그의 어버지를 닮아 최필녀, 최순실, 최서원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살았다. 그녀는 최태민의 다섯째 부인의 딸이고 1982년 김영호와 결혼했고 1983년 아들을 낳았으며 1986년 이혼하였다. 1995년 아버지 최태민의 비서 출신 정윤회와 결혼하였고 딸 정유라를 낳았으며 2014년 이혼하였다. 최순실이 박근혜와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때는 1977년쯤으로 새마음 전국대학생연합회와 새마음봉사단을 이끌 때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부동산 사업, 유치원 등을 운영했다. 그리고 2014년 말부터 한국 정치계에서는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최순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일상의 모든 수발을 들며 청와대에서 민간인으로 지낸 것이 드러났다. 가족처럼 지낸 건 좋은데 최순실이 박근혜의 대통령 연설문 등을 미리 넘겨받아 읽고 수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국정간섭의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박근혜도 일부 시인했다. 또한 최순실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의 관련성, 연예계·체육계와의 유착의혹을 받으며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성적 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

최태민, 최순실의 굴절된 욕망에 길들여진 박근혜는 그들의 희생물이었나. 아니면 박근혜의 욕망이 그들을 춤추게 했을까... 한국은 참 여러 면에서 상식을 벗어난 엄청난 나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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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재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