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기한과 때’를 보내며, 기다리며

 

 참으로 오랜만이다. 모처럼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한다. 언제 일어났는지 남편은 한 바구니 가득 뒷마당의 청정채소를 가져다 놓았다. 조금씩 심다보니 종류가 다양하다. 미나리, 부추, 상추와 곱실케일, 깻잎에 고추와 오이, 애호박에 토마토, 참외까지 미니채소마켓이 되었다. 
풋고추는 밀가루 묻혀 쪄서 양념장에 버무려 놓고 먹기 아까운 예쁜 애호박은 생긴 대로 썰어 동글 전을 부쳤다. 여린 오이는 고추장에 무치고 깻잎은 진간장에 양파, 매운 풋고추, 올리브오일을 섞은 양념을 켜켜로 넣고 찜을 했다. 
순간, 내가 이렇게 평안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천 년 전에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이 유대인과 인류가 아닌 나의 죄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 믿어진 순간부터 말씀을 배웠다. 기뻐하시는 뜻대로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성숙되지 못한 언행으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으리라. 때때로 평안을 잃고 겪어야했던 짙은 안개와 갈등의 순간들. 파머스브렌치의 이 집을 사면서 또 지키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의 암울했던 시간들과 겹쳐 지나간다.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 찬양하며 부엌일하는 창밖으로 야드맨을 타고 잔디 깎는 남편이 지나갔다가는 다시 돌아온다. 비가 많이 오니 풀이 빨리 자라 ‘원 에이커’가 넘는 땅을 관리하는 남편이 더 바빠졌다. 미국에 살면서도 70년대 한국의 시골집 같이 안팎으로 늘 치울 것이 많은 우리 집. 젊을 때 꿈꾸던, 잡지나 영화에서 보는 멋진 인테리어 집은 포기한지 오래됐다. 예년에 비해 비가 많이 오고 서늘해서 기후가 좋으니 뒷마당 식구들도 덩달아 쑥쑥 크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채소가 잘 자라는 것은 행복한데 나무가 웃자라니 작년에 몇 천불을 주고 가지를 쳐냈는데도 올해 또 해야 될 것 같다. 레이크우드지역에 사는 지인은 뒷마당에 물이 넘쳐 집안까지 들어온 바람에 사람 사서 사흘을 치웠다고 했다. 사는 게 늘 이렇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것 같은 M. Street와 팍시티의 상류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느 가정이든 힘든 일들은 늘 왔다가 가고 어둔 구석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손자가  목사안수 받는다고 해서 애리조나 다녀왔어요.”자랑스럽게 말하는 구십세의 주름진 얼굴에 소년 같은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스치며 밝게 웃으신다. 결혼 후 아내 때문에 교회를 다니다가 예수를 영접했고 성가대등 봉사로 행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수 잘 믿던 아내가 어린 삼남매를 두고 갑자기 다른 여자의 남편과 떠나자 가족 모두 교회를 멀리했다. 혼자 손에 키운 자녀들이 성장한 후에 재혼해서 이제 30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살다가 보니 어느새 자녀들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고 이제 그 손자가 목사안수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자녀 남겨놓고 떠난 아내가 믿던 하나님이라 멀리했었는데...” 순간 가슴이 울컥하며 당시에 겪었을 가족들의 아픔에 눈시울이 젖는다. 그 분은 오시면 늘 찬양을 허밍하며 따라하시더니 이제는 때가 됐다며 친구 따라 교회를 가신다고 했다. 

 지난주일 목사님설교에서 자카르타 주지사 아혹(실명: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최초의 개신교 주지사로서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려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투옥되었다. 공식석상에서와 '성난' 무슬림(군중) 앞에서도  "나는 믿음이 있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내가 이 자리를 잃을 것을 왜 두려워하지 않는지 아는가? 이 자리는 하나님이 주신 자리이기 때이다. 왜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아는가? 나는 천국으로 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약속이며 내 믿음의 확증" 이라고 담대한 신앙고백과 믿음을 전했다. 이 영상은 기독교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를 통해,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기도와 응원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 커뮤니티 '갓톡'을 통해 춘천한마음교회가 번역한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또 지난 주 캐나다 광장에서는 북한에 억류중인 임현수목사 무사 귀환 촉구를 위한 대규모 기도회가 열렸다. 최근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돌아온 미국 대학생 윔비어의 사망으로 임현수 목사의 북한 억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기독일보 뉴스 요약)
 
 예수의 이름으로 고난당하고 있는 그들이 안전하게 풀려날 때는 언제가 될까? 내가 잠시 평안을 누리는 것은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더 많은 기도를 요구하시는 그분의 뜻이리라. 전도서의 말씀처럼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그 두 분을 통해 하나님사랑이 무슬림과 공산권에 전해지고 하루속히 건강하게 풀려나시기를 기도한다.  

 

글_ 김정숙 사모<시인.달라스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