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아닌 것 (1)

 

용서는 인간이 완전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고 실수를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나 용서에는 시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용서를 하는 것이나 용서를 받는 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시로 용서가 가능한 일이 있고 죽음의 순간에도 용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용서하는 것이 쉽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용서는 도덕적 법칙이나 윤리적 규정에 따라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용서는 인간 사회를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만드나 봅니다.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비처럼 환희로 느껴지나 봅니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잘못을 한 사람을 용서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용서를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용서가 아닌 것, 용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선 지면상 두 가지만 소개하고 다음 주에 더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망각입니다. 잊는 것입니다. 사건과 상처를 준 사람을 모두 머리에서 지우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신경쓰기 귀찮은 사소한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별 일 아닌 것 같은데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괘씸합니다. 앙갚음해주고 싶습니다.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자신을 생각해도 쩨쩨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런 작은 일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을 조잔하게 볼 것이라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잊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너무나 가혹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커다란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고통스러워 일상의 삶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잊는 것입니다.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심리적 힘이 없기 때문에 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보호본능입니다.

그러나 망각은 용서가 아닙니다. 용서라는 내면의 수술을 피하려는 도피의 일종입니다. 용서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있었던 고통의 순간을 다시 떠올려야 합니다. 죽음같은 고통을 다시 경험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용서한 후에 과거의 일이 기억 속에서 지워질 수 있습니다. 생각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생각나기도 합니다. 기억난다고 해서, 잊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용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용서한 것은 사실입니다. 용서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잊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손에 난 흉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상처가 났을 당시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아픕니다. 그러나 상처가 완전히 치료되면 아무리 만져도 통증이 없습니다. 그 상처가 나게 된 상황이 기억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마음의 상처도 같은 이치입니다. 과거의 일이 생각나지만 마음이 예전처럼 아프지 않습니다. 담담합니다.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이해하게 되면 비난하지 않게 됩니다. 비난하지 않는 것 (비난면제)은 약간의 통찰력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장애로 인한 행동이나 역기능가정에서 성장하여 형성된 심리상태 그리고 생활규범이나 문화의 차이로 인한 문제들 입니다. 이런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면 비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난하지 않는 것이 용서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난면제는 그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될 때, 그래서 그에 대한 비난을 면제해주기 싫을 때 하는 것입니다. 비난하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 용서입니다. 용서하게 되면 비난하지 않게 됩니다.

괴롭고 힘든 일과 그 일의 주범을 잊는다고 해서 그를 용서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뿐이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를 용서한 것은 아닙니다. 용서는 그가 자신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확실하게 짚어보는 과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용서는 그가 비난받아야 마땅한 존재임을 인식할 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용서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