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칼 … 월광참도(月光斬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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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대나무 밭이 들어가 하루 종일 소리 지르고 싶은 요즘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활약(?)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마저도 이 정권에 대해서 정말 모지락스럽게 칼을 들이대고 있다. 마치 무슨 무협지나 50년대의 서부 영화를 되돌려 읽고 보는 것 같다. 그야말로 중원(中原)을 장악하기 위한 무림(武林)의 악당들과 흉포한 총잡이들이 양민을 괴롭히며 세상을 공포의 도가기로 몰아넣는 가상 속의 현실…악당들은 양민을 보호하는 정의의 고수(高手)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온갖 사술(邪術)을 다 쓴다.

1960년대 김광주 선생이 번안 연재한 ‘정협지’ 같은 무협지는 그 줄거리를 따라가면, 주인공들이 인정과 의리라는 덕목을 잃지 않고 ‘강호의 도의’를 지키려는 근본적인 미덕이 깔려있었다. 오로지 정의와 진실을 위해 스스로를 엄혹하게 단련하고, 악에 분연히 맞서는 협객들의 이야기였다. 뭇 독자들의 밤을 사로잡으며 반전(反轉)에 반전이 거듭되고, 내용이 다소 무리하더라도 그때그때 가슴 졸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고 무림의 고수들은 그들이 얻는 정통성은 지위나 계파를 계승하는 데 따른 게 아니라 고뇌를 통해 발견한 정(正)을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독자나 객들은 그 허구에 빨려 들면서도 책을 덮거나 영화관 불이 켜져도 실망하지 않았다.

근간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번 설 연휴를 다녀온 민초들의 대다수 화두가 윤석열과 청와대의 타이틀 매치라고 했단다. 즉 나라의 최고 권력과, 원래는 그 하수(下手) 기관에 불과했던 검찰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흥미진진한 투쟁이다. 그러나 싸움의 단초를 만든 것은 청와대가 먼저였다. 조국(曹國)의 임명 문제, 울산 선거 개입, 추미애 인사 횡포 등을 가지고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동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하다 되레 국민의 질타를 받고, 하수 기관인 검찰에게 명분을 주는 역풍을 맞았다.

윤석열, 그는 불과 몇 년 전, 댓글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서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TV에 비치는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말솜씨도 그랬다. “잘못된 지시는 위법이므로 따르지 않아야 한다.” 등등…상하를 구분 않는 폭탄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소위 ‘적폐 청산’을 기치로 ‘큰 칼’을 휘두르며 전직 대통령들을 단죄했다. 아, 저 친구가 저런 야심을 갖고 있었구나, 그래서 윗 가지를 쳐내고 밟아 올라가려 했구나, 적어도 이 정권하에선 승승장구하겠구나…생각했다.

그런데 뭐가 이상했다. 큰 칼을 거머쥐자 본태(本態)가 드러나곤 했다. 국회 상임위 한 의원의 추궁에 대한 그의 한 마디. “아무리 국감장이라도 피의자 보호하는 듯 하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로 바로 맞받았다. 어쨌거나 그는 ‘윗분’의 눈에 들어 정해진 각본처럼 칼잡이들의 수장이 되었다. 그 임명식에서 윗 분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눈치 보지 말고”라고 말했다. 그런데 진짜로 그리 되었다,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맨 낯이 드러나자 양측으로 나눠 서울 거리가 들끓었다. 임명권자가 모른 척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자 전 방위 수사와 기소까지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의 기류를 전하는 채널도 있으련만, 그럼에도 그는 좌고우면(左顧右眄) 없이 칼잡이의 자존심을 꺾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명장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느닷없이 세류(世流)가 거꾸로 소용돌이쳤다. 표면상 이슈는 <검찰 개혁>이었다. 한쪽은 ‘공들인 개한테 물렸다’라고 하고, 다른 한 편은 ‘칼은 칼다워야 칼’이라며 윤 총장을 두둔하며 극명하게 편이 갈린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현재 그는 ‘공인(公認) 칼잡이’다. 또한 무림(武林)의 속성과 스타일은 빼 닮은 고수(高手)다. 진짜 고수의 장점은 ‘자기 언행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것. 그가 바로 이런 약속을 했다. “사람이 아닌 국가와 법과 원칙에 충성한다”. “검찰 조직과 제도, 체질과 문화까지 모두 바꾸겠다“고…
윤석열 총장은 대학 재학 중, 아직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학생 모의재판에서 全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강압수사로 자살했다는 후배 검사의 부음(訃音)에 한 달여 몸져누웠다고 고백하는 측은지심도 있다.
그래서인지 야성과 지성, 강온(强穩) 양면을 고루 갖췄고 칼날 못지않은 오기와 줏대도 있다는 평(評)이다.

‘월광참(月光斬)’이라는 소설이 있다.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중국의 노벨 문학상(2019년) 수상 작가 모옌(莫言)의 작품이다. 직역을 하자면 ‘달빛을 베다’라고 한다. 여기 등장하는 월광참도(月光斬刀)는 피를 내지 않고도 사람의 목을 벨 수 있다는 신묘한 칼이다. 쇳덩어리에 대장장이 스스로 자신의 피를 떨구는 혈제(血祭)를 지낸 후 지옥 불보다 뜨겁게 달구어 두드리고 또 두드려 만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그가 ‘달을 베는 칼’을 잡았다. 그런 그가 소신껏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해보겠다는데, 더하여 내부도 겸허히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데…그에게 월광참도를 들려주고 그의 검술(劍術)과 약속의 실천을 지켜보면 어떨까? 좌우 모두 잠시 그에게 맡기고 ‘정상’과 ‘비정상’의 진실 게임의 결과를 기다려 볼 수는 없을까? ** (ysson0609@gmai.con)l

손용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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